"아빠 대신 금메달을…" '여서정 이름으로' 파리 향해 날다
[앵커]
엉거주춤하면서도 끝까지 두 바퀴를 해내는 이 꼬마가 그다음에는 세 바퀴를 돌아서 아빠 목에 메달을 걸어줬습니다. 딱 30일 남은 파리 올림픽, 체조 여서정 선수의 다음 페이지는 뭘로 채워질까요?
오선민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기자]
[기계체조 남자 도마 결승/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마지막 착지에서 세 발짝 물러나는 바람에, 은메달을 목에 건 아버지.
어린 딸은 그 이야기를 일기장에 썼습니다.
[여서정/체조 대표팀 (2021년 / JTBC '뉴스룸') : 금메달을 못 땄었잖아요. 그래서 뭔가 아빠 대신 따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기계체조 여자 도마 결승/2020년 도쿄 올림픽]
그리고 아이의 다짐은 10년이 흘러 현실이 됐습니다.
몸을 비틀어 공중에서 720도.
여서정이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을 성공하자 아버지가 더 울컥했습니다.
[여홍철/경희대 교수 (2021년 / JTBC '뉴스룸') : 서정이가 메달을 땄을 때가 더 배로 좋았던 것 같아요.]
아버지와 딸이 동화처럼 써 내려간 이야기.
그러나 이후 3년의 시간은 아름다운 비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허리 부상으로 5개월 간 체조를 내려놨고, 복귀해서도 두려움과 싸움이 계속됐습니다.
자칫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 올림픽 메달리스트란 부담이 뒤따랐습니다.
[여서정/체조 대표팀 : 부상 당했던 것들 다시 아프지 않게 관리 잘하면서.]
언제나 막내일 것 같았던 여서정은 이제 스물 둘, 어느덧 대표팀 주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생애 두 번째 올림픽 앞에 섰습니다.
[여서정/체조 대표팀 : 영광이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매트 끝에 서 있는 아버지를 향해 두려움 없이 몸을 던졌던 9살.
체조가 좋아 시작했던 그때처럼 설레듯, 가볍게 날아오르는 걸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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