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공장, 불법 파견 의혹...압수수색 진행
[앵커]
경기도 화성시 아리셀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지 사흘째,
참사를 막을 수 없었던 제도적 허점과 인재에 가까운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사회부 권민석 기자와 함께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권 기자 안녕하세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단정하긴 이르지만, 이번 화재로 사망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 파견됐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요?
[기자]
네, 불이 난 아리셀 공장에서 일했던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메이셀이란 업체에서 공급했습니다.
어제 대국민 사과에 나선 아리셀 측은 합법적 도급을 줬다고 주장했습니다.
업무 지시도 메이셀이 했다고 했는데요.
일단 들어보겠습니다.
[박순관 / 아리셀 대표이사 (25일) : (일용직 노동자가 많았다고 하는데, 불법 파견은 없었나요?) 그런 건 없었습니다.]
[박중언 / 아리셀 본부장 (25일) : (업무 지시는 파견 업체에서 내렸나요? 아니면 아리셀이나….) 파견 업체에서 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메이셀은 지난달 7일, 1차 전지 제조를 사업 목적으로 등기한 업체고요.
등기상 소재지는 아리셀 공장 3동 2층으로 파악됐습니다.
사내 하도급 업체 형태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고용노동부는 메이셀이 파견업 허가를 받은 사실이 없고, 직업소개소로 등록하지도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아리셀과 메이셀 간 도급계약서 역시 없었고, 구두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른바 '위장 하도급'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또, 메이셀 측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근무지로 향하는 통근버스 사진만 근로자에게 문자로 보내줬고, 자신들은 공장에 가본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결국, 불법 파견 여부는 수사를 통해 진위를 가려야 할 핵심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앵커]
사망자 23명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가 18명으로 80%에 육박합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은 외부 업체에 맡겨버리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다시 일고 있죠?
[기자]
네, 이번 화재로 유명을 달리한 사망자는 한국인이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입니다.
아리셀 측은 공장 근로자가 모두 103명이고, 정직원이 50명, 외국인 노동자가 53명이라고 밝혔습니다.
인력 절반 이상을 임시직인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했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불이 난 곳은 아리셀 공장 3동 2층으로, 군용 리튬 배터리를 검수하고 포장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3년간 국군에서는 리튬 배터리 폭발 사고가 31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국회에 보고됐습니다.
매년 10건꼴로, 그만큼 폭발 위험이 상존했던 겁니다.
이런 현장을 언제 그만둘지 알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로 채웠다는 건,
당면한 위험을 하청 업체나 일용직에게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 말고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앵커]
사실상 무방비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화재 예방 대책이 허술했던 정황도 드러나고 있죠?
[기자]
네, CCTV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공장 한편에 쌓여있던 배터리에서 1차 폭발이 일어난 게 24일 10시 30분 3초입니다.
이로부터 12초 후에 작업자들이 쌓인 배터리를 치우려고 시도했지만, 곧장 2차, 3차 폭발이 이어집니다.
다급하게 소화기로 불을 끄려는 노력도 했지만, 추가 폭발이 뒤따르며,
첫 폭발 뒤 불과 42초 만에 작업장이 검은 연기로 뒤덮입니다.
고도로 훈련받은 소방대원들이 진을 치고 있지 않은 이상,
누가 있었던들 여기에 대처할 수 있었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화재예방법상 연면적 3만㎡ 이상 공장은 중점 관리 대상으로 소방 특별조사나 점검을 받는데요.
아리셀 공장은 연면적 2천3백㎡여서 2급 소방안전관리대상입니다.
이에 따라 1년에 한 차례 이상 자체 점검을 통해 이상 유무를 당국에 보고하면 됐고, 최근 3년간 자체 검사 결과도 양호하다고 통보했습니다.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 역시 아니었고, 금속화재 진화에 유효한 마른 모래를 비치해야 할 근거도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위험을 인지하고 예방할 사전 장치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또, 우리나라에서 리튬은 유해화학물질이 아니라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있습니다.
불에 넣거나 일부러 분해하지 않으면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작기 때문인데요.
다만, 매우 높은 온도에 노출되거나 수증기와 접촉하면 가공할 폭발력을 가지게 됩니다.
특히, 이번처럼 일차전지 화재에 대한 대응 매뉴얼 자체가 없어 사실상 '사각지대'였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급한 대로 소방청은 다음 달 9일까지 2주간 전지 관련 시설 213곳을 대상으로 긴급 안전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앵커]
지난 22일에도 화재가 발생했지만, 아리셀 측이 자체 진압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참사의 전조로 위중하게 여겼다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남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네, 이번 참사가 발생한 건 공장 3동 2층이고요.
지난 22일엔 바로 옆동인 2동 1층에서 이틀 먼저 불이 났습니다.
작업자가 배터리 불량을 파악해 빼놓았고, 다행히 자체 진압에 성공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는데요.
들어보겠습니다.
[박중언 / 아리셀 본부장 (25일) : (작업자가 전해액을 주입한 이후에) 배터리가 온도가 급상승하는 걸 스스로 알아채서 자체적으로 그걸 불량으로 인지하고, 그걸 후드박스라고 하는 별도 공간에 비치해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놓은 상황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화재가 발생한 겁니다.]
아리셀은 그러나, 화재 발생 사실과 조치 결과를 소방당국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적절히 대응해 불을 껐고, 다시 작업해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스스로 판단했단 겁니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아리셀 공장의 경우 화재를 자체 진화했더라도 신고해야 하는 곳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공장은 앞서 2019년에 리튬을 허가량보다 23배 초과해 보관하다 벌금 처분을 받았고,
2020년엔 소방시설 작동 불량으로 적발돼 시정 명령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참사는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일어나지 않는단 교훈이 아프게 와 닿는 대목입니다.
[앵커]
네, 경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참사 발생 사흘째인 오늘, 강제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화성시 서신면 아리셀 공장과 인력 공급업체인 메이셀 등 3개 업체 5곳에서 압수수색이 이뤄졌습니다.
경찰 수사관 30여 명과 노동부 근로감독관 10여 명 등 51명이 투입됐습니다.
이미 박순관 대표 등 아리셀 관계자 3명과 인력업체 관계자 2명이 수사선상에 올라있는데요.
업무상과실치사상,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됐고, 전원 출국금지됐습니다.
오늘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압수물 분석이 진행된 후 소환조사와 함께 신병 처리 방침이 정해집니다.
소방 시설을 규정에 맞게 갖췄는지, 안전 교육은 제대로 했는지, 불법 파견이 맞는지 등이 중점 수사 대상입니다.
[앵커]
지금은 유족에게 조속히 망자를 인도하는 일도 시급한데요.
어디까지 진행됐죠?
[기자]
네, 일단 사망자 23명은 전원 질식사한 것으로 보인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구두 소견이 나왔고요.
다만, 천도를 넘는 화염에 시신 대부분이 심하게 훼손돼 모두 부검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한국인 3명입니다.
나머지 20명의 신원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시신은 화성 인근 장례식장 5곳에 분산 안치돼 있습니다.
신원을 알 수 없어, 장례식장엔 이름도 적지 못한 채 6번, 11번처럼 발견 순서로만 표시해두기도 했습니다.
유족들과 하루빨리 DNA 대조가 이뤄져 망자의 마지막을 온전히 배웅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신원 확인 작업이 완료될 수 있단 관측이 나옵니다.
[앵커]
사회적 참사 때마다 반복되는 일인데, 여야 정치인의 현장 방문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단 지적도 나오죠?
[기자]
네, 사회적 참사에 앞장서 조의를 표하고,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건 정치권의 의무입니다.
하지만 참사 발생 초반에 여야 정치인의 현장 방문이 집중되다 보니 어수선한 상황이 반복되는 일이 많습니다.
소방이나 경찰 관계자가 별도 브리핑을 하는 경우도 많아 공무원들 역시 준비 부담을 느끼는데요.
신원 확인을 하지 못한 유족 대부분이 비탄에 빠져있는 만큼,
이제는 이런 문화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권민석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권민석 (minseok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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