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북도서 6년 만에 해병대 포성... 北 도발과 南 대응으로 한반도 격랑
오물 풍선은 사흘 연속 살포
9·19 남북공동선언으로 멈췄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사격훈련이 26일 K-9 자주포가 불을 뿜으며 본격 재개됐다. 북한은 이날까지 사흘째 오물 풍선을 살포한 데 이어 탄도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쏘아 올리는 등 '복합 도발'을 연이어 감행했다. 우리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준비 상태에 두고, 서북도서 지역 해병대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맞대응했다. 한미일 3국은 미국 항공모함이 함께하는 남해 공해상에서의 연합훈련으로 대북 무력 시위에 나선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가 군사협의가 맺어졌던 2018년 이전으로 사실상 회귀했다는 평가다.
K-9, 천무, 스파이크 출동
해병대는 이날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제6여단과 연평부대의 해상사격훈련을 전격 실시했다. 지난 4일 군사합의 효력 정지가 결정되면서 예고했던 훈련 일정이다. 훈련에는 K-9 자주포를 비롯해 다연장로켓 천무, 스파이크 미사일 등 전력이 풀로 가동됐다. 해병대 관계자는 “가상의 적에 대해 총 290여 발의 사격을 진행, 적 도발 시 강력히 응징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검증했다”고 소개했다.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평가받는 미 F-22 랩터도 한반도 상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5월 이후 42일 만에 한미공군의 대대급 연합공중훈련 '쌍매훈련'에 참여, F-35A 등 우리 군 주력 전투기와 동부지역 상공을 함께 날았다. 랩터는 최초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로 2006년 F-15 등 4세대 전투기와 벌인 모의 공중전에서 144대 0으로 승리, 압도적인 전투력을 뽐냈다.
방어적 정례 훈련… 北 민감 반응 가능성
북한은 서해 NLL 지역 사격 훈련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NLL을 인정하지 않고 자체 관할 해상구역을 설정한 북한이 K-9 등 포성을 자극적인 도발로 받아들인 것이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역시 이런 배경에서 이뤄졌을 거란 게 다수의 분석이다. 이번 역시 수수방관, 지켜보기만 할 리 없다는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향후 서해 NLL 무력화를 위한 서해 해상경계선 침범 및 도발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우리 군은 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반발을 '억지 트집'으로 받아들인다. 해병대 관계자는 "이번 사격 훈련은 연례적인 방어적 훈련으로 우리 섬 기준 남쪽을 향해 포격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국제참관단 참관하 정전협정 규정을 준수한 가운데 사전 항행 경보를 발령하는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北, 새벽부터 미사일 도발 맞불
또한 우리 군은 군사합의를 먼저 무력화한 게 북한이었고, 이날 오전까지 6차례나 오물 풍선을 살포한 것도 모자라 서북도서 인근에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까지 감행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선제 도발이 아닌 '대응' 훈련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오후 7번째 오물 풍선을 날렸다.
실제 북한은 이날 역시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알섬 방향)으로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250㎞가량' 비행 후 '추진체(엔진) 이상'으로 폭발해 결과적으로 실패한 발사 실험이었지만, 군은 미사일을 지난 1월과 4월 '발사 성공'이라 주장한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한 종류로 보고 있다. 양 교수는 "이번 미사일 도발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주도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걸 주지하기 위한 반발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남해엔 한·미·일 연합훈련, 동해에선 중·러 훈련
합참은 이 같은 북한의 복합적인 도발에 '신중하지만 단호한 대응'의 입장이다. 당장 가동은 하지 않았지만, 북한이 민감해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준비는 항상 돼 있다"며 언제든 방송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훈련의 강도도 점차 높아진다. 한미일 3국은 이번 주 중 남해 공해상에서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Freedom Edge)’로 뭉치게 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21일)를 통해 격렬히 비판했던 미군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10만 톤급)'도 부산작전기지에서 출동을 대기 중이다. 중국과 러시아 함정이 동해에서 이미 군사행동에 나선 터라 프리덤 에지가 시작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육군은 향후 최전방(군사분계선 5㎞ 이내) 지역에서 사격훈련도 실시할 계획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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