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지속 위해 지상파 지원·규제 완화 필요"
K-콘텐츠 생태계 지속을 위해선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제작 재원 마련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나왔습니다.
또한 현재 논의가 일부 진행 중인 유료방송 콘텐츠 대가 산정 검토 작업에 국가가 개입하는 건, 결국 권리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이해관계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시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거란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한국방송학회는 오늘(26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K-콘텐츠 생태계의 지속을 위한 지상파방송의 역할과 전망'을 주제로 특별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방송학회는 "K-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제작비용 급증·매출 감소 등으로 지상파 방송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IPTV 등 플랫폼 사업자의 지원을 포함한 제작 재원 마련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세미나 추진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전범수 한양대 교수(제36대 한국방송학회장)는 개회사를 통해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는 많은 콘텐츠 투자를 해왔지만, 최근 재정 상황을 감안할 때 필수적 재원 조달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특별세미나의 사회는 최양수 연세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진행됐습니다.
이상원 경희대 교수는 '국내 방송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은 지속 가능한가?:K-콘텐츠의 미래를 위한 지상파의 역할과 전망'이란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이 교수는 먼저 "국내 콘텐츠 제작 시장은 글로벌 OTT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지상파는 방송사업·광고에서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해 '수익→콘텐츠 투자→수익'이란 선순환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위기에 직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지상파는 K-콘텐츠의 양대 축으로, 필수 콘텐츠 경쟁력 유지를 위해 선언적인 정책안 발표가 아닌 사업자의 재원 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 및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광고·협찬 규제와 소유제한 규제를 완화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방송 생태계의 균형을 위한 지상파 방송의 지위와 역할 재고찰'을 주제로, △제작시장과 △공론장 △한류에서의 지상파 가치와 역할을 분석했습니다.
홍 교수는 "지상파의 매출 대비 제작비 투자 비중은 76%로, PP 33.4%, CP 38.8% 등과 비교했을 때 제작 시장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반면 글로벌 OTT의 제작비 인상으로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재원 확보 어려움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상파 뉴스는 국민의 접근성이 가장 높은 정보 출처 중 하나이고, 뉴스 전반에 대한 신뢰 하락 속에서도 타 매체에 비해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공론장에서의 지상파 방송은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미디어들과 차별화되는 역할과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지상파는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선도했으며, 한류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지상파의 공공성 및 사회적 가치는 OTT 등이 대체하기 어려운 고유한 성격을 지녔고, 이는 다면적으로 평가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진행된 종합토론엔 김우균 변호사(법무법인 세종), 배진아 교수(공주대), 이헌율 교수(고려대), 조성동 교수(인하대), 홍경수 교수(아주대)가 참석했습니다.
홍경수 교수는 "2023년 콘텐츠 수출액은 132억 달러로, 2차 전지·전기차·가전보다 큰 성과를 낸 만큼, 콘텐츠 산업도 국가 첨단 전략 산업으로 편입될 필요가 있다"면서 'K-콘텐츠 전략 펀드'의 결과물이 OTT의 몫이 되지 않도록 IP 보호 등 직접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또한 지상파는 삼투압과 같이 사회의 윤리와 기준을 흡수시키는 중요한 사회적 기구란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성동 인하대 교수는 "미디어 생태계 변화로 인해 지상파의 자구적 노력만으론 현 위기상황 타개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 뒤 "온라인·글로벌 사업자는 광고 등 수익성 높은 사업 영위가 가능한 반면, 지상파 방송은 플랫폼 영향력이 악화되었음에도 낡은 규제 하에 있어 수익성 악화가 가속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사업자가 방송시장에서 수익만 추구하고 콘텐츠에 대한 투자에 적극성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헌율 고려대 교수 역시 "글로벌 OTT 진출 등 미디어 생태계가 변화했는데, 관련 규제는 지상파 방송 출범 당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 뒤, "자본 투입을 위해선 소유제한 등 규제가 해소되어야 하고 방송통신발전기금 재원의 운용 합리화도 필요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IPTV 등 유료방송의 시청 비용이 지나치게 낮은 것도 문제라면서 시청비용 인상을 통한 수익성 확대를 거쳐, 해당 재원이 지상파 콘텐츠 제작에 재투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배진아 공주대 교수는 "지상파는 그동안 다양한 공적 책무를 수행해왔지만, 미디어 산업 생태계 변화로 공적 책무를 수행할 여유가 없어진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의 공적 책무를 수행하는 만큼 규제 개선과 미디어 시장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김우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합리적 대가 지불 필요성과 유료방송 콘텐츠 대가 산정 논의에 대해, 과거 지상파가 승소한 재송신료 (CPS) 소송 결과를 근거로 설명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최근 불거진 유료방송 콘텐츠 대가 산정 논의는 권리자의 동의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무리한 주장으로 보인다"며 "국가가 재송신 대가 산정에 개입하는 것은 권리자의 권리를 제한하면서 시장의 이해관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으로, 시장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재송신 대가 산정 가이드라인 안에는 '현저히 불리한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면 안된다'는 조항이 있고, 방송송출 중단 방지는 방송 유지 재개 명령이 방송법에 이미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은 불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병남 기자 na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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