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와 떠나는 여행”…‘2024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무엇을 즐겨볼까?

이나경 기자 2024. 6. 2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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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소설 속 완벽한 세상 ‘걸리버 여행기’의 ‘후이늠’이다. 후이늠으로의 여정을 향한 사유가 담긴 포스터.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주인공 걸리버가 마지막 여행지에서 만난 ‘후이늠(Houynhnhm)’은 마음은 양심을 향하고, 논리와 지성을 통해 더 고귀해질 수 있다고 믿는 존재들이 사는 나라이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그곳 역시 인간 세계에 대한 제한된 이해 등 우리가 꿈꾸는 이상세계가 맞는지 고개를 기울이게 만든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6일 개막한 대한출판문화협회 주관 ‘2024 서울국제도서전’은 책을 통해 막연한 환상이나 낙관을 넘어서 현실을 사유하고, 세계의 비참을 줄이며 미래의 행복을 찾는 의미를 담았다.

올해로 66주년을 맞이한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판사, 작가, 독자는 물론 학자, 예술가, 편집자 등이 한 데 모여 책문화를 교류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다. 닷새간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19개국 452개 참가사가 450여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국내 151명, 해외 34명의 작가 및 연사가 참여한다.

도서전의 주제는 ‘후이늠’이다. 300여년간 지도를 그리기 위해 길을 찾아 헤맸던 걸리버처럼 미래의 행복으로 가기위한 여정을 다함께 모색해보자는 의미다.

갈등의 사회, 심연에 자리 잡은 작은 폭력성을 인지하면 갈등의 전이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채로운 강연 프로그램 중 27일에는 팔레스타인 분쟁 연구자 정환빈, 김민관 기자, 평화갈등연구소 정주진 소장이 ‘평화의 화살표는 어디로 향하는가’를 주제로 인간의 폭력성과 세계 곳곳에서의 갈등을 살펴보고 평화의 방향성을 논하는 시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인간을 가장 이성적인 존재로 판단했던 착각은 생태계 파괴라는 재앙을 가져오기도 한다. 자연-인간관계의 패러다임에 자리 잡은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공감한다. 29일에는 ‘사라져가는 아름다움, 생태적 감수성’을 주제로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강연에 나선다. 올해 도서전의 ‘얼굴(홍보대사)’이자 지난 2013년 제주 바다에서 방사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의 해방을 중점으로 동식물과 생태계가 법적 권리 주제로서 인정받는 것에 관한 인간의 인식 변화를 이야기한다.

이번 2024 제66회 서울국제도서전의 ‘얼굴’ 중 하나는 돌고래 ‘제돌이’다. 10년 전 바다로 돌려보내진 제돌이의 해방은 인류세를 살아가는 인간, 동식물, 생태계가 함께할 권리를 상징한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제공

같은 날에는 2019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한 오만의 소설가 조카 알하르티와 오랜 시간 인간의 고유성을 탐구해 온 소설가 은희경, 문학평론가 허희의 북토크도 펼쳐진다. 두 소설가는 폭력과 갈등이 만연한 시대를 돌아보며 인간의 존엄과 자유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세미나 프로그램에서는 인간에게 유토피아가 될지 혹은 디스토피아를 가져다 줄지 논란이 되는 과학기술의 발달 등에 관해 분야별 전문가들이 보다 깊이 있는 논의를 함께할 예정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저작권법의 기초부터 쟁점, 창작이라는 경계에서 문학과 인공지능(AI) 기술 사이 이슈를 살펴보는 다양한 저작권 세미나도 열린다. 이 가운데 27일 열리는 박준 시인과 송길영 작가의 ‘문학과 AI를 횡단하다’ 저작권 세미나에서는 유토피아로 보이는 AI 기술이 문학계에 미치는 영향 등의 저작권 이슈를 살핀다.

세미나 프로그램 중 28일에는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각종 방송 등으로 얼굴을 알린 물리학자 김상욱과 인기 유튜버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 상에서 이슈를 몰고 있는 ‘세상을 뒤흔든 물리학의 세계: 삼체에 관하여’ 세미나를 통해 SF 소설 속 물리학과 상상력을 이야기한다.

주제전시 ‘후이늠 Houyhnhnm’에서는 3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된 400권의 도서 큐레이션을 통해 자신만의 ‘후이늠’을 고민해볼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이 마련돼 있다. 전시 공간에는 관람객이 후이늠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직접 글과 그림으로 자유롭게 표현하는 체험존도 구성된다.

서울국제도서전은 독창성, 심미성, 차별성 등의 가치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 책을 발굴하고 국내외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BBK) 공모’를 주관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은 올해 4개 분야에 걸쳐 최종 선정된 40권의 책을 현장에서 특별 전시로 만나볼 수 있다.

올해 주빈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국제관을 통해 도서와 세미나, 전통문화 체험, 대추야자 시식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전체 강연 및 기획 프로그램은 도서전 누리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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