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서 만난 의·정, “백지화 없다”·“정부 탓” 도돌이표

정해주 2024. 6. 2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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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2천 명 증원 발표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지 넉 달 만. 의료계와 정부가 국회 청문회장에서 마주 앉았습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늘(26일) 오전 10시부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를 개최했습니다.

정부에서는 조규홍 보건복지부장 장관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장상윤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이 증인으로 참석했고,
의료계에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과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등이 참고인으로 나왔습니다.

전공의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증원 발표 당시 의사협회를 이끌었던 이필수 전 의협 회장은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복지장관 "의대 2천명 증원, 내가 결정…백지화 없다"


청문회에서는 의대 정원을 왜 '2천 명' 늘렸는지를 두고 야당의 공세가 이어졌습니다. '2천 명'을 둘러싼 의혹과 함께 대통령실 개입설 등에 대한 질문이 집중됐습니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대 증원 규모 2천 명은 2월 6일 3시 의사인력 확대 방안 긴급 브리핑에서 장관이 최초로 공개했는데, 지난해 10월부터 당일까지 복지부 관계자가 대통령을 포함한 대통령실 관계자와 의대 정원 확대 문제를 보고 협의한 적이 있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박 차관은 "저희가 외부에다가 숫자를 얘기한 바가 없고, 증원은 1년여 전부터 논의됐다"며 "장관님과 제가 여러 차례 수시로 용산 수석실하고도 논의를 많이 했고, 수차례 논의했다"고 답했습니다.

증원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는 정부 측 증인 모두 부인했습니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총선용으로 2천 명을 얘기했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의혹을 덮기 위한 물타기', '천공이라는 사람이 이천공이라서 2천 명으로 결정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회자 된다"며 증원 규모 결정 과정을 질의했습니다.

조 장관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2천 명'이 논의된다고 (본인이) 사회수석실에 알려준 것"이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적정 입학정원을 산출한 다음 교육부에 통보한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사람들이 누군지 밝히는 게 왜 문제냐"는 서 의원 질문에는 "내가 결정한 사항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맞받아쳤습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도 이른바 '용산 개입설'을 부인하면서 "복지부와 대통령실 간 공감대가 있었지만" 규모 등은 복지부가 결정했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장 수석은, 박희승 민주당 의원이 "복지부가 500명, 1천 명 선에서 의료계와 물밑 조율을 하다가 강서구청장 선거 후 이번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격노, 강력한 의지 표명 이후 의대 정원이 2천 명으로 대폭 확대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하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월, 12월부터 계속 복지부와 또 대통령실 간의 공감대가 있었지만, 그 규모를 어떻게 할 거냐, 방식을 어떻게 할 거냐에 대해서 복지부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의료계의 요구대로 내년도 의대 증원을 백지화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도 단호한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정부 때 두 달이 안 돼 의대 증원 백지화를 선언했는데, 백지화 계획이 있냐"고 묻자 조 장관은 "몇 년 후에 일어날 의료공백의 심각성을 감안했을 때 2035년까지 1만 명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며 "백지화 계획은 없다"고 답했습니다.

■"미복귀 전공의 처분 7월 초 발표 예정"

정부에 의료공백 사태의 해결책이 있는지 묻는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을 철회한 지 3주 정도 경과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공의 출근자는 전체의 7.6% 수준"이라며, 향후 수년에 걸쳐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전공의 미충원에 대한 복지부의 대책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조 장관은 "공백이 되면 한 해로 그치지 않고, 파급효과가 굉장히 크다"며 "많이 늦었지만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이 행정처분에 관한 법적인 부담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어떻게 하든지 완화해주는 것"을 대안으로 내놓았습니다.

복귀자에게는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미복귀자의 경우 현장 의견과 복귀 수준 등을 수렴해 7월 초에는 대응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협 회장 "의료 사태, 복지부 공무원들이 만든 것"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나선 의료계 인사들은 '의료공백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의료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데 의료단체 수장으로서 국민께 사과하실 의향 있느냐'는 남인순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현 사태는 의사들이 만든 사태가 아니라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을, 보건복지부 차관, 그리고 복지부 공무원들이 만든 사태"라고 주장했습니다.

임 회장은 또 의료계와 정부 간 대화 가능성을 두고, "(정부가 의사들을) 범죄자 취급을 했고 노예 취급을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대화가 되겠냐"고 되물었습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은 2020년 의정 합의 당시에 학생이었던 분들"이라며 "2020년에 그렇게 믿었던 의정 합의가 휴지 조각이 되었기 때문에 신뢰를 잃고 떠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돌아오는 전공의들에게는 행정처분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경우에 대해선 여전히 (처분 여부가) 결정돼있지 않아 소위 말하는 갈라치기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돌아오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의정 양측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답변을 내놓는 상황에서, 참고인으로 참석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양측을 모두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안 회장은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도 환자를 위해서 하는 거라고 하고, 현재 의료계에서 의대 정원을 반대하는 것도 환자를 위해서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 환자들은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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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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