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의료공백' 청문회...'2000명 증원' 근거 두고 공방

조성은 2024. 6. 2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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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2000명 근거 없어...'천공 때문' 의혹도 나와"
與 "사회과학적 분석에 따른 결정"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의대정원과 관련된 판결문을 보이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에 대해 청문회를 열었지만 공전을 거듭했다. 정부·여당과 야당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결정 근거와 의료공백 사태의 책임 소재를 두고 날 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의료계는 "정부가 의사를 노예, 범죄자로 여긴다"며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이날 복지위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야당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결정 근거와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 이전에 2000명이라는 숫자가 언급된 적 있었냐"며 "보정심 회의록을 보면 회의에서 이견이 나왔는데도 장관은 (2000명 증원안을) 1시간 만에 군사작전 하듯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큰 문제를 이렇게 결정하는 게 맞냐"고 물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2000명이라는 숫자를 내놓았다"며 대통령실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1일 민생토론회에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언급한 지 5일 만에 복지부가 이같은 발표를 내놨다"며 "2000명 증원안을 내부적으로 결정한 후 비공개로 했다가 보정심 발표 이후 바로 확정 발표했다. 이런 게 '밀실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총선용 졸속안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2000명' 숫자가 역술인 '천공'의 본명인 '이천공'에서 비롯됐다는 음모론도 나왔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많은 국민이 2000명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총선용,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덮기 위한 물타기라는 의혹이 나온다"며 "윤 대통령이 천공이라는 사람 때문에 2000명 증원을 결정했다는 얘기들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증인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남윤호 기자

이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가 결정한 사항"이라며 "지난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리기 전에 대통령실 사회수석실을 통해 알렸다"고 부인했다. '2000명'에 대해서도 그는 "지난해 1월부터 의·정협의체에서 네 차례에 걸쳐 의사 인력 수급을 논의했다. 전문가 포럼도 했다"며 "2000명 증원은 2035년에 의사 1만 명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연구를 통해 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2035년 의료인력 수급, 의대 교육 기간이 6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5년"이라며 "5년 동안 1만 명을 늘리기 위해 2000명을 증원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개입으로) 수치가 바뀌었다는 건 잘못된 소문"이라고 반박했다.

여당도 엄호에 나섰다. 대통령실 사회수석 출신인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문재인 정권에서는 어떤 근거로 의대 정원을 늘리려 했냐"고 지적했다. 그는 "각 의대가 교육할 수 있는 인원을 '바텀-업' 방식으로 신청받은 결과가 '첫해 3400명'"이라며 "정부가 이러한 근거에 기반해 정책을 폈다는 점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은 역대 정부들이 하려 했지만 못한 일"이라며 "국민 70%가 찬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증원 규모가 1509명으로 최종 확정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소속 박주민 복지위원장은 "그렇게 각고의 노력과 전문가 토론을 거쳐 꼭 필요한 수치를 냈다는데 두 달 만에 500명, 4분의 1을 줄일 수 있냐"며 "굉장히 비과학적이고 주먹주주식"이라고 질타했다.

의료계는 의료 공백 사태의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14만 명의 의사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의료공백 사태에)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면서도 "현 (의료공백) 사태는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는 시스템을 손댄 정부가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지금까지 의사들을 노예, 범죄자 취급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상적인 대화가 되겠냐"고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 전공의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도 "돌아올 가능성이 제로"라고 잘라 말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채택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불출석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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