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업체 “인터넷에서 사람 모으면 아리셀에서 현장 투입”… 경찰, 아리셀 등 압수수색 [밀착취재]
메이셀 “인터넷 모집 뒤 통근버스 탑승 위치 전송”
“공장에 도착하면 아리셀 담당자가 근무 투입” 증언
아리셀 “업무지시는 파견업체가 내려”…파견·도급 혼용
변호사 “중처법 위반 여부에 영향 끼치지 않아” 판단
경찰·노동부, 아리셀 등 5곳 압수수색…작업중지 명령
“우리가 인터넷 모집 공고를 내고 사람이 모이면 전화나 문자로 아리셀 측 통근버스 타는 위치를 알려줍니다. (파견 근로자들이) 공장에 도착하면 아리셀 담당자가 인솔해 근무에 투입하는 식이죠.” (인력업체 ‘메이셀’ 관계자)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시 일차전지업체 아리셀에 외국인 일용직 근로자 등을 소개했던 메이셀 핵심 관계자는 26일 ‘파견 근로자에 대한 업무지시는 파견업체에서 내렸다’는 아리셀 측 해명에 강하게 반발했다.
메이셀은 지난달 7일 일차전지 제조업체로 등기하면서 직업소개업 등록은 하지 않았다. 메이셀 관계자는 “(명칭을 바꿔) 창업하느라 등록하거나 파견 허가를 받은 상태는 아니었다”면서 “(편의상) 주소지를 아리셀 공장으로 해놓고 사업자 등록도 제조업으로 했다”고 해명했다. 일차전지 업계까지 만연한 ‘위장 하도급’을 인정한 셈이다.
그는 “경비실을 거쳐야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우리는 출입증이 없어 아리셀 측 담당자가 내려와야 통과가 됐다”며 “인력을 보내기 전 회사 설명 차원에서 한 차례 방문한 것을 비롯해 모두 세 번정도 찾아갔을 따름”이라고 했다.
사고 당일 메이셀이 보낸 인력은 50명가량이라고 했다. 53명의 외부 근로자가 일했다는 아리셀 측 설명과 상통한다. 메이셀에 따르면 사망한 외국인 근로자 18명은 모두 체류·취업 등 합법적 비자를 갖고 있었는데, 아리셀은 이들을 고용할 때 고용노동부에 제출해야 하는 특례고용확인서를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 고용구조와 관련해 ‘파견’과 ‘도급’이라는 단어를 혼용했다. 특히 박 대표는 “불법 파견은 없었고 충분한 안전교육을 했다”며 “이들에 대한 업무지시는 파견업체에서 내렸고, 인적 사항도 확보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리셀은 이와 관련한 추가 질의에는 답하지 않았다.
민길수 고용노동부 지역사고수습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원청인 아리셀과 인력파견 업체 메이셀 간 불법 파견 내지 편법 도급 계약 논란에 대해 관련 증거를 토대로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메이셀이 산재 및 고용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사실을 공개했다. 노동당국은 이날 아리셀에 대해 공식적인 ‘전면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앞서 두 기관은 박 대표와 총괄본부장, 안전분야 담당자 등 아리셀 관계자 3명과 인력공급 업체 관계자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하고, 전원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 단체에 속한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도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현장은 아주 열악하고 안전하지 않다”며 “이주 노동자들은 이 땅에 죽으러 오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달 24일 오전 10시30분쯤 아리셀 공장 3동 2층에서 일어난 화재로 지금까지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사망자 대부분은 시신 훼손이 심해 3명의 신원만 확인됐다. 수사당국은 사망자 전원의 시신을 부검해 사인을 밝히고, DNA 감정을 통한 신원확인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화성=오상도·이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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