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14-15→15-15' 소득 없었던 320분 혈투…"롯데와 하면 꼬여, 반성 많이했다" 이범호의 깊은 한숨 [MD부산]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뭔가 롯데와 경기를 할 때는 꼬인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2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팀 간 시즌 9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무려 5시간 20분 혈투 끝에 15-15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KIA 입장에서는 최악의 하루였다.
KIA는 1회 경기 시작부터 롯데 선발 나균안을 폭격했다.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선재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기선제압에 성공, 김도영과 최형우-나성범-이우성이 네 타자 연속 안타를 뽑아내며 두 점을 더 달아났고, 박찬호까지 적시타를 쳐 1회에만 5점을 확보했다. 그리고 2회에도 김도영과 이우성, 최원준이 볼넷을 얻어내며 만들어진 만루 찬스에서 폭투로 한 점을 달아난 뒤 한준수가 2타점 2루타를 폭발시키며 간격은 어느새 8-1까지 벌어졌다.
KIA의 방망이는 멈춤이 없었다. KIA는 3회초에도 나성범의 적시타가 나오면서 점수를 쌓았고, 4회초에는 최원준과 한준수, 박찬호, 서건창, 소크라테스까지 다섯 명의 타자가 롯데의 바뀐 투수 현도훈을 상대로 연속 안타를 때려내는 등 5점을 추가하며 14-1까지 격차를 벌리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그런데 4회말 수비부터 경기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다. 순항하던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고승민에게 그랜스슬램을 맞는 등 6점을 내주더니, 5회에도 2실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간격은 어느새 14-9까지 좁혀졌다.
KIA는 어떻게든 승기를 지키기 위해 6회부터 곧바로 불펜을 가동했다. 하지만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롯데 타선을 막아내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KIA는 김대유(⅔이닝 2실점)-김도현(⅔이닝 3실점)-곽도규(1실점)-김사윤(⅔이닝)을 연달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6~7회 각각 3점씩을 내주면서 결국 롯데에 리드를 헌납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나면 한·미·일 최초로 13점차 역전패를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그래도 불상사는 없었다. KIA는 8회초 공격에서 힘겹게 동점을 만들어낸 뒤 장현식(3이닝)의 역투를 바탕으로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가며 힙겹게 무승부를 만들어냈다.
이범호 감독은 26일 부산 롯데전에 앞서 '하루가 길었을 것 같다'는 말에 "생각할 것이 많은 하루였다. 어제 숙소로 들어간 뒤 많은 생각과 반성을 했다. 이미 지난 경기를 되짚어봤자 앞으로 가야 될 게 더 많다. 지난 경기는 생각해 봤자 도움 될 게 없다. 반성할 만큼 반성을 했고, 새롭게 준비해서 남은 경기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겠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사령탑은 '선수단과 이야기를 나눴는가'라는 질문에 "선수들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코칭스태프와 얘기를 나눴다. 특히 배터리 코치님과 '변화에 대한 것도 생각을 해야 될 시기인 것 같다'는 말도 나눴다. 지금까지 달려오면서 많은 것을 준비했지만, 또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면 확실하게 한 번 더 챙기고 가는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어제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지만, 어쨌든 다잡고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 입장에서 전날(25일) 경기의 운영은 참 어려운 편에 속했다. 지난 23일 한화 이글스와 더블헤더에서 '필승조' 전상현과 최지민이 두 경기에 모두 등판해 많은 공을 뿌렸고, '마무리' 정해영까지 이탈해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투입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지 않았다. 꽃감독은 "(장)현식이를 앞에 쓰지 못한 것은 (최)지민이의 경우 던지는 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장전을 간다면 기용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연장을 가지 않기를 바랐다. 지민이와 상현이가 더블헤더 1~2차전에서 너무 많이 던졌기 때문이다. 투수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했다. 제임스(네일)을 길게 끌고 간 것이 잘못된 판단일 수 있지만, 어제는 상황을 멀리 내다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KIA는 올해 유독 롯데와 만나면 경기가 꼬이는 편이다. 지난번 사직에서 맞대결에서 KIA는 시즌 첫 '스윕패'를 당했고, 안방이었던 광주에서는 첫 경기에서 '사직예수' 애런윌커슨을 상대로 완봉패를 당했다. 그리고 남은 이틀 경기에서는 나성범과 소크라테스가 각각 한 차례씩 본헤드 플레이를 저지르기도 했다. KIA는 광주 3연전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며 가까스로 롯데전 5연패에서 벗어났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경기력이 이어졌었다. 이범호 감독도 롯데와 만나면 경기가 이상하게 전개되는 것에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이범호 감독은 "오늘은 (장)현식이와 (최)지민이가 쉬어줘야 할 것 같다. 뭔가 롯데와 경기를 할 때는 꼬인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고 한숨을 내쉬며 "어제 우리 타자들이 잘 친 것처럼 롯데 타자들의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물론 롯데 타자들의 실수도 있었겠지만, 공들을 모두 그라운드 안에 넣으면서 좋은 타구를 만들어냈다. 오늘(26일)과 내일(27일) 우리 투수들이 집중을 하면서 경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마운드가 무너진 것도 있었지만, KIA는 수비에서도 실책을 쏟아냈다. 다잡은 경기를 놓치는 데 실책의 비중은 상당했다. 사령탑은 "수비를 하다 보면 실수도 하고, 실수를 하다 보면 잘 막고, 못 막는 날이 있다. 지금 야수들이 너무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고 선수를 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선수들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 연습도 굉장히 충실히 잘하고 있다. 일단 선수들이 수비를 할 때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드는게 최우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충격적인 무승부를 기록한 뒤 불펜 운용까지 꼬인 KIA는 이날 이창진(우익수)-박찬호(유격수)-김도영(3루수)-최형우(좌익수)-나성범(지명타자)-이우성(1루수)-소크라테스 브리토(중견수)-김태군(포수)-박민(2루수) 순으로 이어지는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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