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소문에 삼성·현대차 주가 흔들… `지라시 리스크` 속수무책

웨이퍼 사고설에 장초반 1.1% ↓
모비스 주가도 풍문 타고 급등
"기업가치 위해 특단 조치 필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반도체 생산라인. 삼성전자 제공

현대자동차에 이어 삼성전자도 소위 '증권가 지라시(풍문)'를 빌미로 한 괴소문이 돌면서 주가가 일시적으로 큰 폭의 변동세를 보였다. 주식 시장에서는 소위 '가짜 뉴스'나 작전 세력으로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주가가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도 이를 피해가지 못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이 이뤄지면, 이러한 '지라시'에 대한 주주 대응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교란 행위를 막는 것이 밸류업을 위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6일 8만1300원에 장을 마감해 전일보다 0.62% 올랐다. 그러나 이날 오전 증권가에서 '삼성전자가 웨이퍼뱅크 내 사고 발생으로 웨이퍼 20만장 재처리 불가, 재활용불가능 전량 폐기 검토, GAA 3㎚ 손상차손 1조원 썰, 반도체 적자 가능성' 등의 내용이 담긴 풍문이 돌면서 장 초반에는 1.1% 이상 하락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주요 언론 등을 통해 "사실 무근"을 입장을 밝혔고, 이후 주가는 정상 궤도로 다시 돌아왔다.

현대차도 최근 비슷한 괴소문에 시달렸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건강이상설이 퍼지면서 지난 14일 일부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모비스는 지난 14일 종가가 전일보다 7.45% 오른 23만8000원을 기록했으며, 장중 한때 14% 이상 오르기도 했다. 또 현대글로비스는 당일 장중 한때 11% 이상 강세를 보이는 등 전일보다 5.23% 상승한 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모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계열사들이다. 현대모비스 역시 당일 오후 공시를 내고 "상기 풍문은 사실무근"이라고 진화했다.

재계에서는 기업 가치로 대변되는 주가가 실적 등 미래성장성보다 '지라시'에 더 민감한 것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대중에게 민감한 엔터주, 신약 개발 이슈에 민감한 바이오업종의 경우 이런 상황에서 민감도가 한층 높아진다.

한 예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이달 4일 SNS 등을 타고 퍼진 소속사 연예인 관련 지라시 내용으로 인해 8% 이상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또 바이오 상장사 HLB는 지난 3월13일 신약 개발이 중단될 것이란 루머가 돌면서 장중 주가가 급락했다.

이에 HLB 측은 당일 "단연코 회사의 신약승인 과정에 변수가 생긴 건 전혀 없다. 오늘의 악성루머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루머 유포자에 대해 주주연대와 책임을 묻겠다고 긴급 공지를 올렸다.

또 다음 날엔 "특정시간 대에 유포된 '신약허가 실패'설 등의 악성 루머와 이에 맞춰 HLB는 물론 그룹 상장사 전체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진 대량매도 사태는 명백한 시장교란 행위"라며 금융감독원과 거래소에 신고 민원을 접수했다고 재차 공지했다.

이러한 악성 지라시 등으로 기업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재계와 투자자 사이에서는 최근 정부와 국회서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역할을 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무차입 공매도 등 작전 세력으로 주가가 크게 흔들리거나, '가짜 뉴스'로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주주들이 '대응 미흡'으로 문제제기를 한다면 책임 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기보다 가짜뉴스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