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율 인하 vs 초부자 과세: 尹은 왜 다른 길 걷나 [마켓톡톡]
G20 초부자 과세 보고서 발표
초부자가 세계 부 14.0% 소유
초부자 재산세 실효세율 0.3%
초부자 과세 밀어붙이는 G20
한국, 초부자 상속세율 인하 추진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오는 7월 세법개정안에 자산 상위 0.001% 초부자들의 상속세율을 절반으로 깎아주는 내용을 포함하려는 사이 세계 주요 20개국(G20)은 세계 초부자들 자산에 연평균 2%의 재산세를 추가 부과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G20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건데, 부자감세와 부자증세 중 어떤 것이 옳은 길일까.
2021년 거대 다국적기업에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를 선물한 G20이 이번엔 세계 초부자(초고액자산가·Ultra high net worth) 개인 3000여명에게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자산보유세를 부과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재산세는 일반적으로 부동산에 부여하는데, 이를 보유 지분 가치까지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G20은 초부자의 거주지 국가가 이들에게 재산세로 총자산의 약 2%를 매년 과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산층을 위한다면서 공제액을 늘리는 대신 최고 부자 한두명이 가장 큰 이익을 얻도록 상속세율을 절반으로 깎아주겠다는 우리나라 정부와는 정반대의 길이다.
G20의 초부자 과세는 단순 엄포로 봐선 곤란하다. G20은 2021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거대 다국적기업의 최저 실효 법인세율을 15% 이상으로 규정하는 글로벌 최저한세(최저 법인세율)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한국을 포함한 130개국이 글로벌 최저한세를 시행한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된 이유는 과세권에 있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먼저 시행하지 않으면, 다국적기업의 특성상 다른 나라가 과세권을 갖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22년 국세조정에 관한 법률을 고쳐 글로벌 최저한세 일부 내용을 올해 시행하고, 일부는 내년에 시행한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원 이상인 삼성·SK·LG·현대차 등이 해당한다. 이들 기업이 특정 국가에서 내야 할 법인세 실효세율이 15%보다 낮으면 본사 소재지에 그 차액을 내야 한다. 우리나라 다국적기업들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15%보다 높게 잡히지만, 해외에서의 세액공제 등 여러 가지를 따져야 한다.
다만, G20이 주식을 어떻게 자산보유세로 편입하느냐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가령, 우리나라는 땅과 건물에는 보유세가 있지만, 주식을 보유한 것만으로 보유세를 매기진 않는다. 대신 대주주(지분율 4% 또는 시가총액 50억원)가 주식을 팔 때 이득을 봤으면 양도소득세를 20~30% 세율로 낸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모든 자산에 과세하는 억만장자세 도입을 시도할 때도 이른바 미실현 이익에 연간 단위로 세금을 부과하는 안案을 냈지만 논란 끝에 여전히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실적 어려움은 또 있다. 미국이 2021년 글로벌 최저 법인세를 G20 회의에서 발의했지만, 초부자 개인 과세에는 찬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G20이 이런 어려움을 쉽게 풀어낼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초부자 자산보유세의 이론을 제공한 프랑스 경제학자 가브리엘 주크만 UC 버클리(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 경제학과 교수는 6월 25일(현지시간) '초고액자산가의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모든 종류의 자산에 보유세를 매기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초부자 과세는 대중의 지지도가 압도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론조사회사 입소스가 6월 24일 발표한 G20 소속 18개 나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을 제외한 17개 나라에서 68.0%가 부유세(wealth tax) 추가 과세를 지지했다. 부유세를 반대한다는 응답은 11.1%에 불과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의 부유세 찬성 비율은 G20 평균보다도 3%포인트 높은 71.0%에 달했다. 우리나라 응답자 중 69.0%는 "대기업일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77.0%는 "부자일수록 더 높은 소득세율을 적용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왜 G20 국가들과 미국은 자산 상위 0.001% 초부자들의 재산세 과세를 서두르고 있을까. 초부자들의 실효세율이 현재 역사상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주크만 교수는 보고서에서 "초부자들은 자산의 0.3%만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며 "상위 0.0001% 자산가의 부는 1987년 이후 연평균 7.1%씩 증가해 현재 전세계 부의 14.0%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유한 미국인들조차 이같은 부의 극단적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우려한다. 여론조사 회사 유고브가 6월 23일 발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주택 이외의 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미국인 백만장자 800명 중 60.0%가 "급속도로 확대되는 부의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꼬집었다.
91.0%는 "극단적인 부의 집중으로 일부 시민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사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62.0%는 "초부자들이 세금을 피해 이민 가는 것을 막는 국제 공조를 지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재닛 옐런 재무부장관은 2019년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콘퍼런스에서 "최근 경제적 불평등은 19세기 이후 가장 심각하다"며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은 기회의 불평등을 악화해 부의 불평등을 영속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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