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해 400건 터지는 ‘화학반응열 화재’, 안전기준 서둘러야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화재처럼 ‘화학반응열’이 원인이 된 화재 사고가 매년 급증세라고 한다. 배터리 화재도 해마다 늘고 있지만 정부의 관리 매뉴얼은 아직 없다. 이번 화재를 반면교사로, 법과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화재는 누전이나 유류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화재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자연발화성도 있고 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리튬과 리튬을 사용하는 배터리는 고온·고압이나 수증기·수분 등에 노출되면 폭발을 일으킬 수 있다. 이번 사고처럼 화학반응열로 불이 발생해 연쇄적인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 순식간에 화재가 확산될 수 있다. 경향신문이 소방청 통계 등을 분석해보니, 발화의 최초원인이 ‘화학반응열’로 분류된 화재는 2016년 514건 일어난 후 지난해까지 매년 400~500건을 유지했다. 배터리·축전기 화재도 급증해 2008년 39건에서 2023년 160건, 올 상반기에는 101건을 기록했다.
전기차·휴대전화·노트북·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생활 곳곳에 배터리가 사용되고, 그 배터리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리튬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로부터의 화재 대비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리튬은 ‘유해화학물질’이 아닌 ‘일반화학물질’로 분류돼 취급자 안전교육이나 정기 검사 등 별도 안전기준이 없고, 소방당국의 ‘화학사고 위기 대응 매뉴얼’에도 빠져 있다. 소방시설 관련 법규상 리튬의 화학반응열이 원인인 ‘금속 화재’는 화재 유형에 없고, 그러다보니 아직 전용 소화기도 없다. 긴박했던 화재 현장 CCTV 영상에서 볼 수 있듯 일반 소화기로 화재 진압을 시도하다 실패하는 경우도 잦다.
2년 전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일으킨 SK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가 생활 속 불편에 그쳤지만, 이번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는 수십명의 인명 피해까지 냈다. 화재를 미연에 방지할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대형 재난으로의 확산을 차단할 대응책과 기술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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