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짓눌려 이자 못내… 기업 연체율도 12년來 최고 [뉴스 투데이]
1분기 말 기업대출 연체율 2.31%로 ↑
10곳 중 4곳은 이자 못내는 ‘좀비기업’
은행은 2023년 이자 순이익만 34조 벌어
한은 “부동산PF 부실·불확실성 증대
리스크 관리·질서있는 구조조정 필요”
한은이 26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현재 가계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767조원으로, 예년에 비해 증가세는 둔화됐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대출은 1055조9000억원(개인사업자대출 702조7000억원+가계대출 353조2000억원)까지 2.1% 늘었는데, 역시 2022년 하반기 이후 둔화 추세다.
다만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2022년 하반기부터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취약차주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기업 사정도 마찬가지다.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2.31%(은행 0.48%, 비은행금융기관 5.96%)로 2023년 3분기 1.72% 대비 0.59%포인트 올랐다. 2012년 6월 2.48% 이후 최고치다. 작년 3분기 대비 은행에선 0.06%포인트 상승했는데, 비은행에선 1.73%포인트나 껑충 뛰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 적극적 관리 필요
한은은 또 ‘부동산 PF’를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꼽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율은 3.55%로 2021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과거 저축은행 PF 부실사태와 비교하면 PF 대출 연체율이 2012년 말 당시(전 금융권 기준 13.6%)에 비해 낮지만, 증권사·저축은행 및 여신전문금융회사가 타 업권 대비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익스포저(위험노출) 금액이 여전히 230조원 규모로 큰 가운데 부동산시장의 부진이 지속되고 건설 원가 상승 등으로 PF 사업성이 저하되면서 부실 위험이 다소 증대된 상황”이라며 “일부 비은행업권의 경우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부실 자산에 대한 경·공매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시스템의 단기적인 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 5월 기준 15.9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18.9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금융기관 자산 건전성 저하 우려 등으로 여전히 ‘주의’ 단계다.
다만 중장기적 금융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1분기 30.5로 2008년 이후 장기 평균인 35.3보다 낮았다. 값이 클수록 금융 시스템이 대내외 충격에 취약하다는 의미이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우리나라 금융 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면서도 “다만 취약 부문의 채무 상환 부담, 부동산 PF 부실 우려,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 저하 등 불확실성 증대 등은 우리 금융시스템의 안전성을 저해하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 당국은 부동산 PF 관련 불확실성 완화 및 시장 불안 해소를 도모하고 금융기관들은 손실흡수 능력 강화와 함께 자산 건전성 개선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며 “한은은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가운데 정책당국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적극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미영·김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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