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육 외면이 사회 양극화 야기···공교육서 경제 과목 비중 늘려야”
'경제와 교육개혁' 공동 세미나
민세진 동국대 교수 주제 발표서
"고교 경제 과목 일반 선택 아닌
진로·융합 선택에 포함···실효성↓
지방 저소득층은 교육 기회 박탈
기재부·교육부 구조적 접점 필요"
“시민교육으로서의 경제 교육은 정부 정책에 대한 합리적 판단 능력과 정책 수용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지금처럼 공교육에서 경제 교육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축소되면 사회 양극화와 경제 불평등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경제와 교육 개혁’ 세미나에서 ‘교육 개혁과의 선순환을 위한 경제 교육’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국민경제자문회의와 한국경제학회 공동 주관으로 열렸으며 이인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김홍기 한국경제학회 회장,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운찬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 등이 참석했다.
민 교수는 경제와 금융 교육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대중적 수요가 큰 현실과 달리 학교 현장에서 내실 있는 경제 교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내년 중1·고1부터 적용되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경제 교육의 비중은 이전 교육과정 대비 더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경제 과목은 고등학교에서 일반 선택이 아닌 진로 선택 과목으로 포함됐다”며 “고교 교육과정에서 경제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사회탐구 9개 선택 과목 중 하나로 포함됐던 이전 교육과정보다 더 악화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6개의 융합 선택 과목 중 하나로 ‘금융과 경제생활’이 포함됐지만 융합 선택 과목 자체가 주로 고3 수험생들의 자습 시간 확보 차원에서 가볍게 수업하는 형태로 이뤄져 그 실효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에서 경제 교육을 맡을 정규 교사나 기간제 교사를 구하지 못해 수업을 아예 개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도 짚었다. 민 교수는 “2019년 전국 모든 고등학교의 경제 교육 실태와 경제 교육 여부의 요인을 분석한 결과 경제 교육에 대한 접근성은 지역·학군별로 크게 차이가 났다”고 했다. 그는 “경제를 가르칠 교사가 있고 서울 및 대도시에 위치해 규모가 크거나 지역의 소득 수준이 높은 학교에서 경제 과목을 배우는 비율이 높았다”며 “반면 그렇지 않은 학교나 여고 등에서는 학생들이 경제 과목을 공부할 기회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24학년도 수능에서 경제를 선택한 학생은 4890명으로 전체 응시자(44만 4870명) 가운데 1.1%에 불과했다. 사회탐구 영역 선택 학생(19만 9890명) 중에서 경제 선택자의 비율은 2.4%였다.
민 교수는 공교육에서 경제 교육을 외면하는 기조는 장기적으로 국가 발전을 저하시킨다고 봤다. 청년들이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경제·금융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한 탓에 채무 급증, 신용도 저하 등 사회적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20대의 개인 회생 신청이 나날이 늘고 비트코인에 무더기로 투자했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해를 본 사례 등의 배경에는 경제 지식 결여가 있다고 꼬집었다.
민 교수는 경제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교육 전반을 책임지는 교육부 간의 분명한 접점을 구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 교수는 “2009년 처음 제정된 경제교육지원법의 주무부처는 기재부”라며 “그러나 기재부는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교육 수요자들에게 전달할지에 대한 수단이 없고 (기재부와 접점이 부족한) 교육부는 기재부의 방향에 공감하지 못하는데 이는 결국 거버넌스의 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이 부의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현재 한국은 저출산·고령화와 성장률 저하라는 심각한 사회·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직면했다”며 “교육을 통해 인적 자본의 질과 효율성을 높이는 과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회부총리는 “교육 혁신으로 개인에게 다양한 도전과 성취의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과 인재들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저출생, 지역 격차, 경제 불균형 등 많은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교육부의 시대적 과업인 교육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사안들을 정책 수립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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