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끓는 글로벌 AI 속 `개구리 한국`
예년보다 무더웠던 6월도 어느덧 마지막 주다. 우리는 현충일과 6·25 전쟁일이 있는 이달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로 삼고 있다. 또 이달은 정보문화의 달이기도 하다. 국내 최초로 컴퓨터가 도입된 1967년 6월 24일과 전국 전화 자동화 완성일인 1987년 6월 30일을 기념해 건전한 정보문화를 창달·확산을 위해 1988년부터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일찍 찾아온 더위만큼이나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은 나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달에는 생성형 AI 선두주자인 오픈AI가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GPT-4o(포오)를 선보여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하더니, 이달에는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텍스트에 대해서만큼은 성능을 견줄 수 있는 클로드 3.5 모델을 내놓으며 추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AI 학습용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인프라 시장을 장악중인 엔비디아는 이달 뉴욕 증시에서 오픈AI의 '뒷배'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잠시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0년간 준비한 전기차 사업도 접고 늦게나마 AI 분야에 총력중인 애플은 이달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한 데 이어 구글, 앤스로픽, 퍼플렉시티까지 협력 논의를 확대하며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업들만 바쁜 게 아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는 중국의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제한하기 위한 규칙 제정안(NPRM)을 공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서명한 행정명령의 후속조치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대상으로 반도체 및 양자와 함께 AI 분야에서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금하고,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특정 기술·제품 관련 거래 시 사전에 정부에 통보하도록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AI 칩에 이어 AI 모델까지 대중국 수출 제한 대상으로 검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다툼으로 디지털 냉전이 심화되자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는 자국 언어·데이터 기반 '소버린 AI'로 전략적 자립을 꾀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캐나다·일본·싱가포르 등의 관련 소식을 전하며 "아시아·중동·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새 AI 컴퓨팅 시설에 수십억 달러(수조원)를 쏟아 붓고 있다"고 했다.
'세계 AI 3대 강국(AI G3)'을 목표로 지난달 'AI 서울 정상회의'도 개최한 한국은 어떨까. AI 산업 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안, 통칭 AI기본법은 21대 국회에서 한참 방치되다 폐기됐다. 물론 AI 산업 육성과 AI 이용자 보호를 모두 신경써야하는 우리 상황에서 관련 입법은 신중하고 섬세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논의를 이끌어야할 22대 국회도 여전히 정쟁으로 얼룩져 그 외 사안은 뒷전인 것처럼 보인다.
이런 와중에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네이버와 함께 마련한 법률 AI 챗봇 'AI 대륙아주' 서비스의 변호사법 위반과 징계 여부를 놓고 조사 중이다. AI가 변호사 업무를 대신해 수익을 내면 법 위반에 해당하고, 챗봇 답변 하단에 붙는 광고도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리걸테크 등 관련업계가 '제2의 로톡 사태'를 우려하는 가운데, '디지털 지각생' 일본도 마련한 관련 가이드라인이 아직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대응 또한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성데이터 관련 법·제도 정비도 마찬가지로 요구된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국가AI위원회의 출범도 내달 앞두고 있다. 당초 AI 기본법에 근거해 마련할 계획이었는데, 일단 지난 4월 민·관을 아우르는 AI 거버넌스를 위해 출범한 AI전략최고위협의회를 격상하기로 했다. 유력한 부위원장 후보의 AI 전문성 등에 대한 우려부터 대통령이 직접 챙긴다는 컨트롤타워 역할에 대한 기대까지 혼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맥킨지가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 임직원의 65%가 조직에서 정기적으로 생성형 AI를 이용한다고 응답, 불과 10개월 전보다 두배가량 증가했다. 또 이달 딜로이트가 낸 보고서에서는 생성형 AI 사용률에서 인도(87%)가 일본(39%)의 두배가 넘는 등 국가별 격차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문화가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며 글로벌 AI 전장이 펼쳐지는 지금, 정부와 국회에게 '나중에 후회할 거리를 남기고 있진 않는지' 묻고 싶다. d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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