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케냐 유혈사태, 증세반대 시위대에 발포해 사망자 속출

박영서 2024. 6. 2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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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정부의 증세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를 맞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수도 나이로비를 비롯한 케냐 주요도시 곳곳에서 25일(현지시간) 벌어진 증세 반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사망자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최소 5명이 숨지고 30명 넘게 다쳤습니다. 케냐 정국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CNN 등에 따르면 이날 나이로비에서 의회로 가는 길을 경찰이 봉쇄하자 일부 시위대가 돌을 던지며 저지선을 뚫고 의사당에 진입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총을 쐈습니다. 의회에서는 이날 재정 관련 법안 표결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케냐의사협회와 다른 시민단체들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최소 5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며 "30명 넘게 다쳤고, 그 중 최소 13명이 실탄에 맞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의회는 이날 논란이 된 재정 법안의 3차 회독을 마친 뒤 찬성 195표, 반대 106표, 무효 3표로 가결했습니다. 이날 가결된 법안은 이자 지급에만 연간 정부 수입의 37%가 소요되는 과중한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7억 달러(약 3조70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한 뒤 일부 건물에 불이 나면서 의원들은 법안 표결 이후 긴급 대피했습니다. 윌리엄 루토 대통령은 이날 시위대의 의회 난입을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엄정 대처 방침을 밝혔습니다.

미국 백악관은 나이로비의 상황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자제를 호소했고, 영국 캐나다 독일 등 10개국 이상의 나이로비 주재 서방국 대사들은 케냐 의회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번 시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결집한 케냐의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주최 측이 전국 총파업을 촉구한 이날 수천 명의 젊은이가 지난 20일에 이어 다시 나이로비와 몸바사, 키수무, 나쿠루, 엘도레트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거리를 행진하며 세금 인상안을 담은 재정 법안의 철회와 함께 루토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의회를 점령하라'라고 명명된 이번 시위는 애초 지난 18일 나이로비 의회 근처에서 수백명 규모로 시작됐지요. 이에 대통령실이 빵 등 일부 품목의 부가가치세와 자동차세 등 몇몇 증세안을 철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산 삭감으로 2000억 실링(약 2조2000억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재무부의 경고에 정부가 연료 가격과 수출세 인상 등을 추진하자 시위는 전역으로 확산했습니다.

지난 20일 케냐 전역에서는 수천 명의 젊은이가 거리로 나서 '경제 독재에 반대한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지난주 시위는 대체로 평화로웠는데도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강경 진압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21세와 29세 청년 2명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루토 대통령은 지난 23일 평화 시위로 증세 정책에 반대하는 'Z세대 시위대'에 대한 지지 입장과 함께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으나 경찰은 강경 대응으로 맞섰습니다. 시위대는 루토 대통령에게 경찰의 강경 진압에 항의하고 세금 인상안 취소 요구 서한에 공개적으로 응답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케냐 정부는 작년에도 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인상하고 석유제품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8%에서 16%로 인상했습니다. 이에 전국적인 세금 인상 반대 시위가 이어져 경찰 진압 과정에서 수십명의 사상자가 나왔습니다.

한편 케냐에서 격렬한 시위로 치안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지원을 위해 파견된 케냐 경찰관 400명은 이날 포르토프랭스에 도착했습니다. 이들은 갱단 무장 폭력으로 '무법천지'가 된 아이티의 안정화를 위해 나선 케냐 주도 경찰력 1000명 가운데 1진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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