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희한하고 황당한 세금, 축첩세(蓄妾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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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의 세금을 줄이면,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다른 쪽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본에서는 화대(花代)와 요리대를 전부 합하여 글자 그대로 이 유흥(遊興)한데 쓴 전부의 소비액의 100분의 5를 징수하나 조선에서는 단지 화대의 100분의 5를 징수하므로 (중략) 물론 수입과 생활 정도의 차가 있을 터이나 원래로 기생이라는 것은 우리 생활에 그의 존재를 인정해 줄 만한 아무 영향이 없으므로 영업세와 조흥세 같은 것을 적게 받는다는 것은 유흥하는 유산(有産) 부랑자를 보호 양성하는 외에 아무 의미를 포함하지 아니 하였으므로 이는 단연코 세금을 징수할 생각인데 (중략) 물론 각각 그 기생에 따라서 1개월에 몇 푼의 수입도 없는 기생과 많은 수입이 있는 기생을 같이 하여 세금을 징수한다는 것은 공평치 못하므로 이에 대하여는 어떤 방법을 연구 조사하여 등급을 붙여 징수할 터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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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세수 늘리려고 첩 둔 이에게 세금 부과 검토 '첩은 사치품'이란 명목… 듣도 보던 못한 증세 방침 매월 첩 한명에 1원 받으면 1년에 12만~13만원 너끈 무리한 징세 줄이는 것이 바람직힌 세정(稅政)과 정치
한쪽의 세금을 줄이면, 지출을 줄이지 않는 한 다른 쪽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세수를 늘리기 위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세금이 만들어 지기도 한다. 최근 정부가 상속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폐지 등 각종 세제(稅制)를 개편하겠다고 하자 폐지와 인하에 따른 부족한 세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놓고 논란이 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100년 전에도 세수를 늘리기 위해 경성부가 골머리를 썩었다. 그 이야기를 한번 찾아가 보자.
1924년 7월 5일자 매일신보에 '풍류(風流) 남녀의 대공황(大恐慌)'이란 흥미로운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다. "국내에서도 사치품세를 징수하고자 방법을 연구 중이라 하며, 그 다음으로는 역시 부과의 공평을 목적으로 자용(自用) 자동차와 인력거에도 중세(重稅)를 부과하고자 하는데 (중략) 사치품에 중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수요(需要) 일용품에 대하여는 이와 반대로 부과세를 저감하고자 생각 중이라고 한다. (후략)"
결국 기생이 받는 사례금의 일정액을 시간당으로 따져 부과하는 세금인 조흥세(助興稅)를 조정하는 문제로 번졌다. 기사는 이어진다. "일본에서는 화대(花代)와 요리대를 전부 합하여 글자 그대로 이 유흥(遊興)한데 쓴 전부의 소비액의 100분의 5를 징수하나 조선에서는 단지 화대의 100분의 5를 징수하므로 (중략) 물론 수입과 생활 정도의 차가 있을 터이나 원래로 기생이라는 것은 우리 생활에 그의 존재를 인정해 줄 만한 아무 영향이 없으므로 영업세와 조흥세 같은 것을 적게 받는다는 것은 유흥하는 유산(有産) 부랑자를 보호 양성하는 외에 아무 의미를 포함하지 아니 하였으므로 이는 단연코 세금을 징수할 생각인데 (중략) 물론 각각 그 기생에 따라서 1개월에 몇 푼의 수입도 없는 기생과 많은 수입이 있는 기생을 같이 하여 세금을 징수한다는 것은 공평치 못하므로 이에 대하여는 어떤 방법을 연구 조사하여 등급을 붙여 징수할 터이더라."
기존의 세금을 증수(增收)하고 감수(減收)하는 문제도 문제지만 조선에서도 처음 보는 새로운 세금을 신설할 계획이 발표됐다. 바로 축첩(蓄妾)에 관한 세금이다. 경성부는 축첩(畜妾)에 관해 '첩세'라는 세금을 신설하려고 계획을 한다. 첩을 둔 사람은 첩 한 사람에 대해 일정한 세금을 징수하는 것이다. 이를 놓고 언론에선 찬반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번에 일본에서 내각이 갈리자 소비 절약의 의미로 사치품의 세금을 더 매기고자 하여 장차 의회에 제안하려 한다는데, 경성부에서 눈치 빠르게 계획을 세우고 새로 첩세(妾稅)를 받으며 또 기생 기타 사치품의 증세(增稅)를 단행하고자 한다고 한다. 첩을 둘 만한 자 또는 두는 자는 세금을 얼마든지 내고라도 제 욕심을 채울는지 모르나, 첩(妾)이 될 자의 신세는 매우 세월이 없어질 터이니 그네들은 장차 어찌할 터인지? (후략)" (1924년 7월 6일자 매일신보)
"경성부에서는 돈을 좀 절약해 쓰겠다는 핑계로 정오를 알려주는 효창원의 오포(午砲)를 폐지하고 그 대신 기적(汽笛)을 분다더니, 기적 소리가 잘 나지 않는지 경성 시민의 귀가 어두어서 그런지 기적 소리는 겨우 경성부청에까지 들리는 모양이나, 조금 먼 데는 들리지 않아서 다시 오포를 놓게 해 달라는 소리가 많다는데, 대체 이 오포 놓느라고 드는 돈을 경성부의 호수(戶數)로 나누어 보면 한 집에서 1개월에 2리(厘)쯤의 부담에 불과하다나. 경성부에서 돈은 자꾸 긁어 들여도 부족하여 첩세(妾稅)를 받느니 기생 영업세를 올리느니 하면서, 오포 하나 놓을 힘은 없단 말인가." (1924년 7월 6일자 매일신보)
"외국 사치품의 수입을 다만 조금이라도 방지하고자 사치품에 대하여 중세(重稅)를 부가하게 되었는데, 경성부에서는 첩(妾)을 사치품으로 보아 새로이 종래로 듣지 못하던 축첩(蓄妾)의 세금을 새로 부과하리라 한다. 남성의 도락적(道樂的) 천성을 발휘하여 현대의 자본주의 경제 조직을 기화(奇貨)로 삼고 옷과 밥으로써 사람을 매수하여 수적(獸的) 성욕을 채우고자 사회의 공공(公共)한 도덕도 무시하고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의 축첩을 공공연하게 두는 것이다. 우리는 이 용서 못 할 사실을 지적하는 동시에 비록 소극적 방법일지언정 이에 대한 세금 징수는 될 수 있는 최대한도에서 여지없이 부가하기를 주장할지언정 반대할 이유는 조금도 없다." (1924년 7월 6일자 동아일보)
"한 20년 살고 보니까 별 이상한 것도 보겠고 별 말 다 듣겠다. 근일 경성부에서는 일반의 사치품을 제어하기 위함인지 금전이 융통치 못한 연고인지 별별 세금이 다 나온다나. 자고로 역사를 참고해 보더라도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한 축첩세(蓄妾稅)를 실행할 계획이라나. 혹은 좋아하는 이도 있을 것이요 혹은 무한히 싫어하는 자도 무수하겠지. 재산이 풍부한 이로 말하면 세금을 내어 가면서 산다 하지 마는, 무산자로 말하면 호구지계(糊口之計)에도 극난(極難)한 중에 첩세를 물어줄 여유가 있을는지. 독촉장이나 성화같이 내 보내면 그때 광경은 참으로 볼 수가 없겠다." (1924년 7월 8일자 조선일보)
"경성부의 세금은 점점 늘어가고 민중의 살림살이는 점점 어려워만 가는 터인데 어려운 민중의 세금을 조금 줄이는 방책으로 첩세(妾稅)를 받아 보자고 경성 부청의 의논이 분주하다고. 그것 참 과연 민중을 위한다 하면 한번 시험해 볼 것이야. 경성부 호적계 조사에 의지하면 현재 호적에 첩으로 게재된 것이 800호요 첩의 몸에서 자식을 낳아 가지고 서자모(庶子母)로 입적한 것이 426호 합하면 1,200여 호이다. 이외에도 호적에 오르지 아니한 첩만 20,000여 명이 될 예정이라고. 그러면 매월 첩 하나에 1원씩만 받았으면 1년에 12만~13만원은 무려할 터인 즉 이것만 가졌으면 어려운 민중의 피는 긁지 않아도 경성부의 제반 시설이 충분히 넉넉할 듯 하다." (1924년 7월 19일자 조선일보)
중국 예기(禮記)에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란 말이 나온다. 가혹한 세금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이야기다. 예나 지금이나 세금은 누구에게나 무서운 것인가 보다. 굳이 '첩세' 같은 것을 신설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올바른 세정(稅政)과 정치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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