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담] 최태원 회장은 왜 인사 속도조절을 말했나

윤지혜 기자 2024. 6. 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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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사업재편를 두고 그룹 안팎에서 말이 많습니다.

이번 주 1박 2일간 그룹의 모든 계열사 사장단이 모여 경영전략회의가 열리는데, 대략적인 재편안은 이미 지난주부터 시장과 업계에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간 묘한 엇박자도 엿보입니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계열사 정리, 투자 유치 혹은 지분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 인적쇄신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취임한 최창원 의장 주도로 그룹 전반의 군살을 제거하기 위한 큰 그림을 마련 중입니다. 최창원 의장은 최근 경영진 회의에서 "219개 계열사를 ‘통제 가능한 범위’로 대폭 줄여야 한다"는 원칙을 전달했습니다. 

SK그룹 계열사는 2018년 101개에서 올해 219개가 돼 6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습니다. 삼성그룹은 63개, 현대차그룹은 70개 정도로, 국내 대기업집단 중 가장 많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엔 SK스퀘어가 있었습니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둔 중간지주사 SK스퀘어는 투자회사를 표방하며 설립 2년여 만에 23사 지분을 보유 중이지만, 18개 회사가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SK수뇌부에서는 그룹의 구조조정과 투자 유치를 도맡아 할 SK스퀘어의 성과 부진에 대해 질책했습니다. SK스퀘어는 주력사업인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추가 투지 유치도 막혔습니다. 
 

그룹 입장에서 상장을 준비 중인 SK온의 투자 유치가 절실한데 과거 11번가 콜옵션 거부사태 등으로 박성하 SK스퀘어 대표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단 평가를 받았습니다. 박성하 대표 경질설의 근원지는 수펙스협의회였습니다. 재계에서는 최창원 의장이 박성하 대표 측에 해임 의사를 전달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최근 SK그룹 인사는 최창원 의장의 의중이 대거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성민석 SK온 최고사업책임자(COO) 부사장이 줄줄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해임됐습니다. SK온을 비롯해 성과가 부진한 계열사 전반의 경영진 교체가 예고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태원 회장은 돌연 CEO 교체를 더 이상 하지 말라고 주문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사촌 동생인 최창원 의장에게 CEO들이 연말 인사에서 스스로 물러날 수 있도록 속도 조절을 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알려진 것입니다.

'서든 데스'까지 언급하며 기강 잡기에 나서던 최태원 회장이 돌연 조직 달래기로 선회한 셈입니다.

물론 사업 재편에 있어서 기존의 노련한 인력이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은 필요하고 또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사업 재편의 방식으로 일관성있고 속도감 있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강도 쇄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최창원 의장은 그룹의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결국 인사 칼날을 뽑았다 다시 거둬야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이혼소송 항소심 등 개인적인 여러가지 일이 있고 여론도 의식할 수 밖에 없다"면서도 "SK 전체적으로 보면 경영전략은 국제 환경 변화에 따라 인적 교체는 가능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고 자꾸 시장에 혼란을 주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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