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달의 뒷면
달의 뒷면은 영어로 오랫동안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이라 불렸다. 사람들은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뒤편은 어둠에 휩싸여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1955년 디즈니의 TV 애니메이션에서 미래의 우주인이 달의 뒷면에 불꽃을 떨어뜨려 밝혀주는 에피소드가 나올 정도였다.
보이지 않아서 알 수 없는 것은 불안함과 두려움을 자극한다. 이 때문에 달의 뒷면은 노래·영화·시같이 수많은 창작물의 소재로 쓰여왔다. 제목 자체가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인 1990년작 SF 공포영화는 고장난 우주선이 달의 뒷면으로 끌려가 초자연적인 어둠의 힘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핑크플로이드의 앨범일 것이다. 소외, 편집증, 광기, 죽음 등 인간의 불안한 심연을 노래한 이 앨범에는 ‘더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이란 제목이 붙었다. 신경을 자극해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선율이 6~7분씩 이어지는 이 앨범은 총판매량이 무려 4350만장으로 록음악 중 가장 많이 팔린 기록을 갖고 있다. 모든 장르를 통틀어도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에 이어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달의 어두운 면’이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 달의 뒷면은 어둡지 않다. 지구에서 달의 한쪽 면만 보이는 이유는 지구와 달 사이의 상호 중력 작용으로 달의 자전 주기와 공전 주기가 같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달의 뒷면도 앞면과 똑같은 양의 태양 빛을 받는다. 지구에서 달이 잘 보이지 않는 캄캄한 초승달이나 그믐달 시기에는 달의 뒷면이 밝게 빛나는데, 단지 지구에서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달의 뒷면을 일컫는 진짜 영어 명칭은 ‘달의 먼 면’(The Far Side of the Moon)이다.
중국 달 탐사선 ‘창어 6호’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의 뒷면에서 수집한 토양 샘플을 싣고 지난 25일 지구로 귀환했다. 이 샘플은 달의 기원은 물론 지구상 생명의 기원을 파헤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어둠에 휩싸인 미지의 세계라 여겼던 달의 뒷면이 인류 역사의 궁금증을 밝혀줄 열쇠가 된 것이다.
정유진 논설위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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