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의 세상만사] 어대한? 어대명!

노동일 2024. 6. 2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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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제가 변수될 여당
이대표 연임 변화없는 야당
물음표·느낌표 있는 승부를
노동일 주필
여야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의 막이 올랐다. 민생과 직접 관련 없는 그들만의 리그여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는 없다. 대표에 따라 당과 정치의 모습이 달라지며, 국민의 삶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후보자들이 연달아 출사표를 던지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 모두 당 대표로 손색이 없는 무게감을 가진 정치인들이다. '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이른바 '어대한' 기류가 변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1차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예상대로 한 후보가 1위를 할 경우 2위로 결선에 오른 후보가 합종연횡을 통해 승부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후보들이 치열하게 싸울 이유가 생긴 것이다. 벌써부터 해병대원 특검법, 독자 핵무장론 등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진다. 전당대회 흥행 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4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본인 말처럼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면 사퇴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당대회 재출마를 당연시한 발언이다. 민주당의 경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혹은 '또대명(또 다시 대표는 이재명)'에 누구도 물음표를 던지지 않는다. 그냥 연임하면 그만 아닌가 싶은데 당헌 당규에 따라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할 뿐이다. "길지 않게 고민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한 이 대표의 진짜 고민은 자신의 거취가 아닐 것이다. 이미 정해진 수순인 대표직 연임을 어떤 명분으로, 얼마나 모양 좋게 만들어 낼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오글거리는 아부성 발언을 국회의원들이 다투어 내놓는 것도 그런 기류 때문이다. "공천 혁명과 당원 주권 혁신을 이뤄내 총선에서 압승을 만든" "이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이 대표가 다시 "당대표에 나서 달라"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추대 찬반 투표를 피하기 위해 고민 끝에 억지 춘향으로 내세울 후보가 있을지 관심이다.

국민의힘의 고민 지점은 과열 걱정이다. 당대표 선거는 아니지만 이명박·박근혜 혈투의 기억은 아직도 새롭다. 2007년 대선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두 후보 진영은 사생결단의 선거전을 치렀다.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 양측은 마구잡이 폭로전을 벌였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최서원)씨의 관계,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의혹 등은 모두 경선에서 폭로된 내용들이다. 차례로 대통령에 오른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감옥행에 오르게 된 비극의 시작이었다.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한 검찰수사가 크게 어려울 게 없었다는 후일담이 있었다. 폭로된 자료가 그만큼 풍부하고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가 유사한 '골육상쟁'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모두 당선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분위기가 과열되면 어디서 무엇이 불쑥 튀어나올지 모른다. 흥행은 보장되지만 결과적으로 통한의 전당대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맥락은 달라도 "이러다 다 죽는다"는 원 후보의 발언은 상징적이다.

'유일지도체제'를 만든 이 대표 역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낙연 후보와의 지난 대선 경선에서 폭로된 '대장동' 의혹은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단초가 되었다. 총선에서 '비명횡사 공천' 비난을 무릅쓰고 임종석 전 비서실장, 박용진 전 의원 등 잠재적 경쟁자를 무리하게 쳐낸 이유도 짐작이 간다. 만에 하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무감동 경선을 감수하더라도 사법리스크 방탄에 일말의 허점도 없게 하려는 안전 우선 주의일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강민구 최고위원의) '아버지' 발언에 불편해했다" "그런 발언을 좀 말려달라"고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린 바 있다.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발언임을 나중에서야 깨달은 모양이다. 국민의힘은 '어대한'에 달린 물음표를 진짜 승부예측이 불가능한 의문부호로 만드는 게 관건이다. 민주당은 무미건조한 '어대명'에 어떤 감동의 느낌표를 찍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그들만의 리그를 무력하게 지켜보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서비스가 그런 게 아닐까 싶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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