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운전 중 콘크리트판 날벼락...서울 교량 36%가 노후화

박진성 기자 2024. 6. 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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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교량, 작년 두 차례 안전 점검에도 “이상 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1교 하부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려 파손된 차량의 모습. 전면 유리에 금이 가고 보닛이 일그러졌다. 사이드미러도 파손됐다. /소영철 서울시의원 제공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랑구 신내1교. 이 교량 아래를 운전하던 자동차 두 대 위로 커다란 콘크리트 더미가 우르르 쏟아졌다. 교량 바닥판에서 가로·세로 1.5m 크기의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사고로 차량 두 대가 파손됐다.

이 교량은 만든지 31년이 지난 노후 교량이다. 서울시설공단은 노후화된 이 교량에 빗물이 새어 들어가 바닥판이 차량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것으로 사고 원인을 추정하고 있다. 작년에는 청담대교, 홍제천고가교에서 콘크리트가 떨어져 내렸다.

26일 소영철 서울시의원이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으로 부터 받은 ‘신내1교 콘크리트 교량 박락 사고’ 등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콘크리트 교량 119곳 중 43곳(36%)이 지어진지 30년이 넘은 노후 교량이다. 20년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88곳(74%)에 달한다.

지난 11일 바닥판이 떨어져 나간 신내1교의 모습/소영철 서울시의원 제공

문제는 노후화된 교량의 취약부가 안전 점검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내1교는 서울시설공단이 작년에 두 차례 진행한 정기·정밀 안전점검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공단 관계자는 “점검용 망치로 직접 타격 조사도 했지만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교량은 특별 점검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공단은 보행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횡단보도·산책로 등과 인접한 교량은 특별 점검한다. 하지만 도로 위의 교량은 특별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도로 위에 있는 노후 교량의 면적은 총 7만9476㎡다.

소영철 시의원은 “도로 위에 콘크리트가 떨어지면 차가 급히 방향을 틀거나 급제동을 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보행자가 없다고 특별 점검 대상에 넣지 않는 것은 위험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작년 4월 성남시 분당구 ‘정자교 붕괴 사고’도 노후 교량의 균열 사이로 물과 제설제 등이 스며들어 발생했다. 보수·보강 조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며 행인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당시 정자교는 지어진지 30년째였다.

이 사고 이후 공단이 작년 5월~6월 진행한 ‘교량시설물 취약부재 특별안전점검’ 결과, 보수가 필요한 지점이 530개였다. 이중 안전조치가 된 곳은 205개(39%)다. 공단 관계자는 “정해진 예산 내에서 우선 순위에 따라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미 손상이 된 시설물보다는 앞으로 사고 우려가 있는 곳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쓰고 있다”고 했다.

공단은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고 노후 교량 보수 지침을 새로 마련할 방침이다. 보수 공사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연구 용역도 진행할 계획이다.

소영철 시의원은 “이번엔 차량 파손에 그쳤지만, 강변·하천 산책로 위를 많이 지나는 교량 특성상 언제 중대시민재해로 이어질지 모른다”라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 예방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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