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의 서해 사격훈련에 북은 오물 풍선 또 날렸다

9·19합의 효력 정지 뒤 첫 훈련
서해 NLL 일대 다시 ‘화약고’로

26일 오후 서북도서 해병대가 작전지역에서 K-9 자주포로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서해 백령도와 연평도 해병부대가 2017년 8월 이후 7년 만에 정식으로 26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이 모두 정지되고 시행된 첫 서북도서(연평도·백령도 등 서해5도) 해상사격훈련이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는 해병대 제6여단(백령도)과 연평부대(연평도)가 이날 오후 2시5분부터 한 시간 가량 부대별 작전지역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들 부대는 케이(K)-9 자주포, 다연장로켓 ‘천무’, 북한 황해도 해안포를 정밀 타격하는 미사일 ‘스파이크’ 등 모두 290여 발을 남서쪽 해상 가상의 표적을 향해 사격했다. 북한은 이날 밤 오물 풍선을 다시 띄워보냈다.

윤석열 정부의 9·19 남북군사합의 전부 효력 정지 조처 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해상사격훈련이 재개된 26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북한 황해도 해안포를 정밀타격하는 미사일인 스파이크가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윤석열 정부는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려보내자 9·19 남북 군사합의 효력을 전부 정지해, 육지 군사분계선 근처와 서해5도와 북방한계선(NLL) 근처에서 포 사격·기동 훈련 등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5일 오전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 이북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하자 당일 오후 백령도, 연평도 해병대가 K-9 자주포, 전차포로 북방한계선 이남 해상에 포사격을 했다. 당시는 9·19 군사합의상 서해 북방한계선 근처 해상 포 사격 훈련 금지가 유효했기 때문에 사격훈련이 아닌 자위권 차원의 대응사격이라고 군 당국이 설명했다.

연평도·백령도 배치 해병대의 해상사격 훈련 재개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가 다시 한반도의 ‘화약고’가 됐다는 의미다. 한국은 서해 북방한계선 근처 바다에 포탄이 떨어지는 해상사격훈련을 ‘북방한계선 이남에서 실시된 통상적인 훈련’이라고 주장하지만, 북방한계선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은 ‘영해 침략’으로 받아들인다. 2010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전은, 북한이 연평부대의 K-9 해상사격훈련을 문제삼아 시작됐다.

이날 사격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연평도 주민들은 대피소 등에 모여 “이러다 전쟁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며 긴 하루를 보냈다. 서방사는“이날 사격훈련은 연례적이고 방어적 훈련으로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국제참관단 참관 아래 정전협정 규정을 준수한 가운데 사전 항행경보를 발령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며 “주민 안전을 위해 사격 전 안전문자 발송, 사격 당일 안내방송 실시 등 대국민 안전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26일 오후 서북도서 해병대가 작전지역에서 다연장로켓 천무로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