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중국 농촌 양로원 퇴원 급증…농민공 가정 노인돌봄 문제 부상

박은하 기자 2024. 6. 2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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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푸젠성 샤현의 절 지상사에서 노인들이 밥을 먹고 있다. 2016년 3월 17일 촬영./게티이미지

중국 후난성 화이화의 50대 농민공 천젠량은 양로원에서 생활하는 어머니를 집으로 데려오기로 했다. 비용 때문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2021년 뇌경색 수술을 받은 뒤 거동이 불편해져 양로원에 들어갔다. 건설노동자였던 천젠량은 맞벌이로 월 8000위안(약 160만원)을 벌어들였다. 월 2600위안(약 50만원)의 양로원 비용은 여동생과 절반씩 나눠 부담할 만했다. 그는 55세 전까지 월 6000위안을 저축해 자녀 주택구입비, 본인 노후비까지 마련할 계획이었다.

올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실직자가 되면서 그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는 3개월 넘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자 가족들과의 격렬한 논쟁 끝에 양로원으로 나가는 지출을 줄이기로 했다. 천젠량의 어머니는 “시골 가정은 집에서 누군가 돌봐주면 만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매체 경제관찰보는 25일 올해 들어 농촌에서는 천젠량의 어머니처럼 경제적 이유로 양로원을 떠나는 경우가 조용히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남부 지역 GDP 100위권 도시에서 약 10개의 농촌 양로원을 운영하는 장통(가명)은 이전에는 자신의 양로원에서 사망이나 재정적 이유로 양로원을 떠나는 노인 비율이 15%였는데 최근 25%까지 올라갔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 밖에서 취업 기회가 적어지고 사람들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노인들이 다시 집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기관 전체 퇴원율이 25%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중국 노인학 및 노인학 협회 지역사회 홈케어 분과 부회장 정즈강은 농촌 노인들이 경제적 압박으로 요양 기관을 떠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이 심화할 것이라며, 일부 자녀들이 양로원 비용을 체납하고 연락이 끊기는 현상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관찰보는 도시 양로원에서는 더 낮은 비용을 찾아 노인들이 외곽이나 시골의 양로원으로 이주하는 경향도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 농촌의 노인 돌봄 문제는 중국의 인구, 농민공, 복지, 최근의 경기침체 문제가 모두 중첩돼 있다.

중국 농촌의 60세 이상 노인인구는 1억 2100만 명으로 농촌 양로원의 잠재 이용자 수는 1억 2000만 명에 이른다. 중국사회과학원 농촌발전연구소와 사회과학문학출판사가 발표한 ‘농촌 녹지: 중국 농촌 경제 상황 분석 및 예측(2023~2024)’에 따르면 농민이 받는 평균 연금은 월 204.7위안이다. 포괄양로기관의 평균 이용료는 월 2500위안이라 노인 스스로가 부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은 1997년 이후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전 국민 양로보험을 순차적으로 마련했다. 농촌 주민의 경우 양로보험이 2009년 도입돼 수급액은 매우 적으며 개인연금 가입자는 중국 전체 인구를 통틀어도 2%에 불과하다.

양로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괄양로기관은 국가가 정한 표준 요금을 준수해야 하며 요금은 운영비에 비해서는 넉넉한 편이 아니다. 베이징대 인구연구소 차오샤오춘 교수는 2019년 4월 노인 요양 기관의 62%는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노인 가정 돌봄이 다시 늘어나면서 자녀들의 간병 고통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천추이롄(52)은 4개월 동안 아버지를 직접 돌보면서 “반(半)장애 노인을 풀타임으로 돌보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이중고문”이라고 전했다. 경제관찰보는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농촌 노인들은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으면 일반적으로 집에서 스스로 돌보는 것을 선택한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도 사안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 민정부(한국의 행정안전부격), 농림축산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21개 부처에서는 지난 13일 ‘농촌 노인돌봄서비스 발전촉진에 관한 지도의견’을 내놓았다. 양로원에 살지 않는 농촌의 노인들을 ‘커뮤니티 케어’ 방식으로 돌보는 방안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국 당국은 한편으로는 고령화로 인한 양로보험 기금 고갈 문제에도 대처해야 한다.

천젠량은 자신의 아들은 일찌감치 연금과 펀드에 가입하는 등 노후 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세대는 자신의 능력으로 양로원에서 살 수 없는 운명”이라며 “(내 아이는) 외동아들이라 부모가 모두 노년에 침대에 누워있으면 압박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농촌 양로원의 퇴원물결(农村养老院初现退院潮)’은 26일 포털 바이두의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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