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할 결심’ 이재명 앞에 놓인 고민거리 3가지
전대 흥행‧지지율 정체‧방탄 이미지 극복해야…“李도 부담 느껴”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8‧18 전당대회에서 대표직 연임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당 안팎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연임에 성공할 경우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 사례가 되는데, 안정적 당 운영을 위해 앞으로 그가 풀어야 할 과제 또한 만만치 않을 거란 지적이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24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후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고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임 이야기를 할 때는 저도 사실 웃어넘겼는데, 상황이 결국은 웃어넘길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됐던 측면들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적 입지보다 전체를 생각하겠다"며 사퇴 배경에 사실상 연임 도전이 있음을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국내외 안보‧민생 이슈와 당내 '대안'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연임 가능성을 꾸준히 염두에 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친명(親이재명)계와 당원들의 강력한 요청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 압승을 이끈 만큼 당내 리더십이 입증됐다는 주장이다. 이 전 대표 자신의 계속되는 '사법리스크' 부담 역시 결단의 배경이었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상처만 남을 텐데 누가 이재명에 맞서려 하겠나"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대표직을 연임한 인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4년4개월 간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지낸 바 있다. 그만큼 이 전 대표의 연임 도전은 정치 역사상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다만 당 대표를 연임해 2026년 지방선거를 이끌고 대권까지 이어달리기를 노리고 있는 이 전 대표 앞엔 안정적 당 운영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당장 전당대회에 대한 저조한 관심도가 꼽힌다. 치열한 4파전으로 당권 경쟁을 본격화한 국민의힘과 비교해 이른바 '컨벤션 효과'를 누릴 가능성도 자연히 낮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데다, 강성 당원과 친명계의 입김이 강한 지금의 당 분위기상 이 전 대표에 맞서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민주당은 수일 내로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 등 전당대회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이 전 대표의 당 대표 단독 입후보와 찬반 투표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금 같은 당 분위기에서 이 전 대표 경쟁주자로 나서면 안팎의 공격에 상처만 입고 질 게 뻔한데 누가 용기 있게 나서겠나"라며 "친문(親문재인) 이인영 의원 정도 출마설이 오르내리지만 그 또한 결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고위원 후보마저 속속 친명계로 채워지고 있다. 이 전 대표가 사퇴한 직후 강선우 의원을 비롯해 김병주‧한준호 의원 등 친명계 의원들이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이들은 모두 이 전 대표의 연임을 강하게 지지하며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여는 데 힘을 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일방적인 구도로는 전당대회 전후로 나타나는 지지율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대표로 선출된 2022년 8·28 전당대회 당시에도 그가 77.77%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승리하면서 흥행에 실패하고 컨벤션 효과도 누리지 못한 바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지역을 순회하며 여러 차례 경선을 치르는 기존 방식 대신 한 번으로 끝내는 '원샷' 경선 등 여러 축소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앞서 전당대회를 치를 국민의힘에 지지율과 주목도 면에서 열세를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민주당 정당 지지율 정체도 이 전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당내에선 강성 당원들의 충성도와 지지 강도가 커질수록 중도층의 외면 및 이탈 분위기도 점점 굳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각종 정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은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보다도 정당 지지율이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궁극적 목표인 '정권 교체'를 위해선 대선에서의 중도층 확보가 필수인 만큼 '박스권' 탈출에 대한 이 전 대표의 고심도 커질 전망이다.
중도층 더 떠날라…이재명도 부담 느끼는 '충성 경쟁'
이를 위해선 결국 중도층의 '반감'을 사고 있는 '이재명 일극체제'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당내서 나온 '이재명 아버지'와 같은 발언의 경우 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굳힐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은 최근 연이어 라디오에 출연해 '이재명 칭송 경쟁'에 대해 "부적절한 발언"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도 21일 CBS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이 전 대표도 (아버지 발언을) 불편해하며 말려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가 연임할 시 여권의 '사법 리스크' 압박 강도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 민주당의 대응과 반박이 계속되면서 이 대표 '방탄' 이미지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2일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되면서 총 4개 사건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됐다. 민주당에선 이 전 대표 관련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등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방탄'으로 비치면서 중도의 외면과 지지율 정체를 부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거란 지적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해 이 전 대표 역시 과도한 '친명 마케팅'과 강성일변도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이 전 대표가 연임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단순히 거야(巨野)의 수장을 넘어 차기 지도자의 면모까지 보여줘야 하므로 한동안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메시지에 주력할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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