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광화문광장 100m 태극기 게양대… ‘태극기 부대’에 아부하고 싶나”
지면으로부터 100m 높이에 태극기가 게양된 대형 조형물을 포함한 서울시의 ‘광화문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에 조국혁신당이 26일 “‘태극기 부대’에 아부하고 싶느냐”고 따져 물었다.
강미정 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에 태극기 게양을 위한 조형물을 건립하겠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사업비 약 110억원을 들여 대형 태극기에 더해 ‘꺼지지 않는 불꽃’까지 건립하겠다고 하니, 평양과 비슷한 거리와 상징물을 만들어 남북의 동질성을 찾겠다는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강 대변인은 “광화문광장 태극기 사업은 박근혜 정부인 2015년 국가보훈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추진하다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수십년 전 사라진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니, 오세훈 시장도 10년 정도는 괜찮겠다 싶었나 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시 서울시가 왜 반대했는지 검토라도 해보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5일 제74주년 6·25를 맞아 인천상륙작전과 9·28 서울 수복 등에서 헌신한 참전용사 7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고 광화문 국가상징공간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6·25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 덕분에 오늘의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며 “숭고한 뜻을 잊지 않고 기리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 시설인 대형 태극기와 꺼지지 않는 불꽃을 건립해 국민 모두가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국가상징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의 ‘워싱턴 모뉴먼트(워싱턴 기념탑)’,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에투알 개선문’, 아일랜드 더블린 오코넬 거리의 ‘더블린 스파이어’처럼 역사·문화·시대적 가치를 모두 갖춘 국가상징 조형물을 광화문광장에 세워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간직한 국가상징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구상이다.
구체적 설치 장소는 세종로공원(세종문화회관 북측) 전면부 부근이며, 첫 국가상징 조형물은 태극기가 중심이 된다. 단순한 국기 게양대가 아닌 예술성과 첨단기술력이 집약된 작품으로 조형물을 만들 계획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아울러 국가 행사 때는 먼 거리에서도 위용을 확인할 수 있는 빛기둥과 미디어 파사드(15m 내외)·미디어 플로어 등으로 연출된다. 게양대 높이가 100m인 이유로 시는 인근 외교부 청사(높이 92m)가 있어서 주변보다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대형 조형물 앞에는 두 번째 상징물인 ‘꺼지지 않는 불꽃’을 설치한다. 기억과 추모를 상징하는 불의 활용으로 일상에서 호국영웅을 기리고 추모하며 국가의 영속을 기원한다는 의미다. 세종로공원도 이에 발맞춰 조성 30여년 만에 ‘도심 속 시민 여가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오는 8~11월 통합설계공모를 거쳐 2025년 4월까지 기본·실시 설계 후 같은 해 5월 착공할 계획이다. 국가상징공간은 2026년 2월, 세종로공원은 2026년 11월 준공 예정이다. 세종로공원과 국가상징 조형물 조성에 각각 약 500억원과 1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일각에선 ‘애국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광화문광장에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자리하고 있는 만큼 시민이 자유롭게 오가야 할 광장에 국가주의적 조형물을 과하게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2015년 당시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가 광복 70주년 기념 사업의 하나로 광화문광장 태극기 설치를 추진했다가 시와의 갈등 끝에 무산된 일도 언급됐다. 영구적 설치는 정부서울청사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같은 국가 소유 시설 부지가 바람직하다는 게 당시 시의 입장이었다. 보훈처가 설치를 추진했던 게양대 높이는 45.815m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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