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폐지하자”는 국민의힘 당권주자들···“국민 투표 불편하게 하자고?” 비판도

유설희 기자 2024. 6. 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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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나경원 의원이 26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박완수 경남지사와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사전투표 폐지론을 꺼내들며 부정선거 의혹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부정선거 의혹에 호응하는 일부 보수 당심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투표율 제고 흐름에 역행하고 중도층을 등 돌리게 하는 제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나경원 후보는 김민전 최고위원 후보와 사전투표 폐지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 법안은 사전투표가 선거 절차의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부재자 투표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한 게 골자다. 김 후보의 대표 발의안에 나 후보가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 후보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대만, 프랑스 등은 부재자 투표도 없고 당일 투표 뿐”이라며 “이 때문에 세계 많은 나라들에서 선거에 대한 의혹들이 제기돼도 대만과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당일 투표만 존재하는 나라의 사례를 들어 사전투표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권주자인 원희룡 후보도 전날 경북도청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거때마다 국민적인 의혹이 불거진다면 사전투표를 포함해 (현행)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책임 있는 정당이 의혹만 가지고 기정사실화 할 수는 없지만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고 공정한 결과를 국민들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민주주의를 지키는 조치”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룰은 ‘당원투표 80%, 여론조사 20%’로 당심 비중이 훨씬 높다. 일부 극우 성향 당원들은 부정선거 의혹에 호응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나 후보와 원 후보가 당심을 잡기 위한 선거 전략으로 사전투표 폐지 이슈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사전투표는 2016년 투표율 하락에 대한 대책으로 도입됐다. 전국 어디서나 투표가 가능하고, 투표 기간도 늘어나는 만큼 투표율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총선 사전투표율은 31.28%로 제도 도입 후 최고치였다. 이때문에 사전투표 폐지가 국민들의 정치 참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극우 보수층이 제기해온 부정선거 의혹과도 맞닿아있어 중도층을 보수 정당으로부터 더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들이 투표하는 걸 불편하게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 자체가 보수 최대 암흑기”라며 “다시 젊은 층 투표를 두려워하는 정당이 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당대표 시절 “제가 당대표로 있는 한 눈에 흙이 들어가도 부정선거론자들은 당 언저리에 발도 못 붙이게 하겠다” “보수의 악성종양 같은 문제”라고 하는 등 부정선거론에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25일 오전 경북도청을 방문해 이철우 경북도지사(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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