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극초음속미사일 도발한 날 … 軍, 7년만에 서북도서 포사격

김성훈 기자(kokkiri@mk.co.kr) 2024. 6. 2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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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동해상 발사후 공중폭발
추진체 계통 이상에 실패한듯
화성-16나형 올 세 차례 발사
北도발한 날 軍 해상사격훈련
한미공군연합훈련 F-22참가
北 사흘째 '오물'…南대응 시험
26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앞바다 상공에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항적운이 길게 뻗어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연일 오물 풍선을 살포한 데 이어 26일 새벽 탄도미사일 시험을 강행했다가 실패했다. 최근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CVN-71)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잇따라 한반도에 전개하자 맞불을 놓기 위한 무력시위 성격으로 풀이된다.

이날 군 당국은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정지 이후 처음 서북도서에서 포탄 실사격 훈련에 나섰다. 동시에 한미 공군은 현존 최강의 공중전력인 미국 F-22 랩터 전투기가 참가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에 나섰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은 오늘(26일) 오전 5시 30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미 정보당국이 추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에 실패한 미사일은 발사 초기부터 과거보다 더 많은 연기가 나는 등 추진체 계통에서 이상이 감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해당 미사일이 일으킨 항적 구름은 서북도서 일대에서 카메라에 포착될 만큼 선명하게 식별됐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은 평양에서 북측이 통상 표적지로 활용하는 (동북방의) 알섬 방향으로 비행했고 동해안의 원산에서 약 80㎞ 떨어진 해상에서 폭발했다"며 파편은 250㎞까지 날아갔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한 루스벨트함을 염두에 두고 '항모 킬러'로 개발 중인 고체연료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시험 발사했을 개연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번 발사 원점인 평양 일대에서 부산작전기지까지 직선 거리는 약 550㎞다.

이날 군 당국자는 "북한은 지난 1월과 4월에도 (극초음속미사일의) 시험 비행에 성공했고, 고체 발동기(엔진)의 신뢰성을 검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유사시 한반도로 들어오는 미국 핵항모 등 증원 전력은 물론이고 주일 미군기지와 괌기지까지 타격할 전력을 갖추기 위해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화성-16 나형'으로 추정되는 해당 미사일은 마하5(시속 약 6120㎞)의 속도로 활강하며 좌우로 방향을 틀 수 있어 요격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국 핵항모도 자신들의 미사일 사거리에 있다는 점을 과시하고, 북·러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 주도권이 자신들에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양 교수는 북측이 개발 중인 극초음속미사일의 성능 점검을 위해서도 이날 미사일을 쏜 것으로 관측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 예하 해병대 제6여단과 연평부대는 이날 서북도서 일대의 부대별 작전지역에서 해상사격훈련을 펼쳐 기존 9·19 군사합의상 해상완충구역 내에 포탄을 떨어뜨렸다. 해병대가 K9 자주포 등을 동원해 이 지역에서 해상사격훈련을 한 것은 2017년 8월 이후 약 7년 만이다. 해병대에 따르면 훈련부대들은 훈련 중 군사대비태세를 격상하고 즉각 대응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K9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스파이크 대전차유도미사일 등을 동원해 가상의 적을 향해 총 290여 발의 사격을 진행했다.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쌍매훈련'에 참가한 미국 공군 소속 F-22 랩터 전투기가 26일 경기 오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공군

해병대는 "이번 사격훈련은 연례적이고 방어적 훈련으로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국제참관단 참관 아래 정전협정 규정을 준수한 가운데 사전 항행경보를 발령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미 공군은 최첨단 공중 전략자산인 미 공군의 F-22 랩터 전투기가 참가한 가운데 연합공중훈련인 '쌍매훈련'으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번 훈련에는 공군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A와 4세대 주력 기종인 KF-16은 물론이고 미 공군의 F-22·F-16 등 30여 대가 참가했다. 양측 공중전력은 동부지역 상공에서 적의 군사력이 아군에 피해를 주기 전에 이를 지연 혹은 무력화하는 항공차단작전(AI)을 훈련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에도 밤늦게 대남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며 사흘째 정부와 군 당국의 대응 의지를 시험했다.

합참은 오후 9시 13분쯤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공지를 보내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추정)을 또다시 부양하고 있다"면서 "현재 풍향이 북서풍으로, 경기북부 지역에서 남동 방향으로 이동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풍선을 발견하면 접촉하지 말고 가까운 군부대나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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