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전략회의 화두는 'OI'… 22년만에 꺼냈다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4. 6. 2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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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원 의장 계열사에 주문
2002년 경영 화두였던 OI
재부각하며 정면돌파 강조
"사업재편만으론 안된다"
기존사업 효율성 극대화
현금확보해 재무구조 개선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사진)이 사업 전반을 점검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운영효율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을 통한 현금 확보를 주문하고 나섰다. 사업 매각이나 구조조정에만 매몰되지 말고 기존 사업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 생존 능력을 키우라는 의미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최 의장은 최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OI의 중요성을 전파했고 계열사들은 기존 사업을 효율화하는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28~29일 최 의장을 비롯한 각 계열사 CEO가 한데 모이는 경영전략회의에서 OI는 리밸런싱(사업 재편)과 더불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OI는 수익 마진, 고객만족도, 지속가능성 등 핵심 성과지표를 최적화해 사업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 전략이다. 사업 부문을 매각하거나 합병하는 등 지배구조의 변화 없이 기존 사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향상하는 모든 경영 결정이 OI에 해당한다. 최 의장은 작년 말 취임 이후 지속해서 OI의 중요성을 언급해왔다.

OI는 2002년 말 손길승 당시 SK그룹 회장이 2003년도 경영목표로 제안한 바 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SK그룹 차원의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과 함께 기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생산성을 증대하는 전략으로 OI가 제기된 것이다.

당시 모든 관행을 되돌아보며 구매, 생산, 마케팅, 물류 등 경영 전반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전략 추진에 매진해 고강도 쇄신을 이뤄낸 바 있다. 당시 손 회장은 "기업경영 원칙과 기본에만 충실해도 전체 비용의 20%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의장이 22년 만에 OI를 전면에 내세우며 변화를 주문한 것은 현재 SK그룹이 리밸런싱만으로는 어려운 여건을 극복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에서 비롯된다.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은 주요 의사결정자를 중심으로 신속한 결과 도출이 가능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수 통제가 쉽지 않고 소속 구성원들 반발이 불가피하다. 반면 기업 내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OI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전사적 전략에 구성원들이 동참하지 않을 경우 효과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고 효율화 과정에서 더 큰 비용이 발생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최 의장이 강조하는 OI는 경영의 기본 전략으로 모든 구성원이 숙지할 것을 전제로 한다"면서 "구성원마다 OI 개념에 대한 이해와 접근법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이를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 불리는 현재 SK그룹 상황에선 OI의 궁극적 목표는 현금 확보를 충분히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리밸런싱을 통한 사업 구조조정과 OI의 결과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위기 상황을 돌파할 여유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이유다.

최 의장이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다시 한번 OI를 화두로 던지면서 각 계열사들은 '맞춤형 OI 전략' 마련에 분주해지고 있다. 최 의장이 사업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마련하라고 강조한 만큼 구체적이면서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계열사 CEO와 주요 경영진은 경영전략회의 준비와 함께 최 의장이 강조하는 OI를 각 사 경영 전략에 접목할 방안을 모색하는 상황이다. 관련 회의를 소집하거나 OI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등 발 빠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부 계열사에서는 구성원들에게 OI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작성해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어떤 OI 전략이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관련 회의를 소집하고 구성원들 의견을 수렴해 최적의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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