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미래의 시작, 역대급 1순위들의 위엄
2024 NBA 신인드래프트가 27일(한국시간) 목요일부터 이틀간 펼쳐진다. 27일 뉴욕 바클리스 센터에서 1라운드 지명 행사가 열리고 다음날인 28일 ESPN 시포트 디스트릭트 스튜디오서 2라운드 지명 행사가 열리게 된다. 역시 최고의 관심사는 ‘누가 1순위가 될것인가?’이다. 최근 해외파가 강세를 보이는가운데 프랑스 국적의 재커리 리사셰와 알렉스 사르가 경합하는 분위기다.
1순위에 뽑힌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선수들과 확연히 차별되는 성공 가능성을 가지고있다는 증거다. 1998년 마이클 올로워칸디(49‧213cm), 2001년 콰미 브라운(42‧211cm), 2006년 안드레아 바르냐니(39‧213.4cm), 2007년 그렉 오든(36‧213.4cm), 2013년 앤서니 베넷(31‧203cm) 등 아쉬운 케이스도 있지만 대개는 이름값에 걸맞는 커리어를 이어나간다. 달리 1순위가 아닌 것이다.
역대로보면 '1순위 중의 1순위'로 불리는 선수들이 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꾸준히 주목을 받으며 이른바 1순위가 예약된 슈퍼 루키들이다. 당해 경쟁자들과 큰 격차를 가져간채 군계일학의 포스를 선보이며 해당 선수의 이름을 딴 드래프트로 불리기도 한다. 1990년대 이후로만 살펴봐도 '공룡센터' 샤킬 오닐(52‧216cm), '미스터 기본기' 팀 던컨(48‧211cm), '킹' 르브론 제임스(40‧206cm), '웸비' 빅터 웸반야마(20‧223.5cm)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은 드래프트에 나올 당시부터 많은 팬과 관계자들로부터 이변조차 의미 없는 부동의 1순위로 평가받은 바 있다.
역대급 1순위로 이름을 날린 그들은 NBA 무대에서도 확실한 족적을 남겼다. 오닐은 역대 최고의 센터 중 한명으로 불린다. 카림 압둘자바, 빌 러셀, 윌트 체임벌린, 하킴 올라주원, 니콜라 요키치(현역) 등과 함께 NBA 역사상 가장 위력적인 빅맨을 다투고 있다.
NBA 통산 최고 센터를 가리는 논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할 만큼 오닐의 현역 시절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신장 216cm, 체중 147.4kg의 압도적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골밑을 지배하며 최고의 파워 센터로 명성을 떨쳤다. 오닐과 부딪히는 것 만으로도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선수가 태반이었다. 잠깐이라도 몸싸움을 벌이는 선수들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오닐은 단순히 크고 힘만 센 것이 아닌 운동신경, 유연성, 기동력, 체력, 손끝감각 BQ 등을 두루 겸비한 괴수였다. 오닐같이 크고 힘좋은 선수가 평균 이상의 부드러움과 운동능력을 보여주며 꾸준하게 코트에서 화력쇼를 과시하는 것 만으로도 상대 입장에서는 공포 그 자체였다.
한술 더 떠 오닐은 이미지(?)와 다르게 테크닉 또한 상당한 수준이었다. 그가 포스트 인근으로 들어오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더블 팀은 물론 트리플 팀까지 붙어야 했다. 오닐은 그런 상황에서도 어렵지않게 포스트를 장악하며 무수한 파울까지 빼앗아 냈다. 기량이 정점에 달하던 LA 레이커스 시절 리그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것을 비롯 파이널 MVP까지 싹쓸이한 것 만으로도 어떤 선수였는지를 새삼 짐작 할 수 있다.
던컨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데뷔 이래 샌안토니오 한 팀에서만 뛰고 은퇴한 흔치 않은 원클럽맨으로, 기량도 기량이지만 동료들을 강하게 만드는 재주를 인정받았다. 매 경기 꾸준하고 기복 없는 플레이를 보여 왔으며 각 포지션별 밸런스의 연결고리 역할을 통해 팀의 기둥 역할을 꾸준히 잘해왔다는 평가다.
던컨의 가장 큰 장점은 건실함이었다. 화려함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 스타일을 앞세워 정석적이고 기복 없이 탄탄한 모범 파워포워드로 롱런했다. 상대의 사이즈에 따라 포스트업, 페이스업을 골라가면서 공격에 들어가고 거리가 조금 멀어졌다싶으면 안정적인 미들 뱅크슛을 통해 득점을 올렸다. 오픈찬스에서도 림이 부서져라 묘기성 슬램덩크를 찍기보다는 레이업슛이나 밋밋한 덩크슛으로 마무리 짓기 일쑤였다.
인기 농구만화 <슬램덩크>에서 산왕공업의 이명헌이 내뱉은 "어차피 같은 한골이다"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일부에서는 "잘하기는 하지만 보는 재미가 적은 선수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늘 한결같이 20득점, 10리바운드 가량을 보장할 수 있는 선수였던지라 시간이 갈수록 평가는 높아져만 갔고 현재는 '역대 최고의 4번' 중 한 명으로 인정받고 있다.
던컨의 입단 이후 샌안토니오는 늘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주목 받아왔으며 플레이오프 단골손님으로 맹위를 떨쳤다. 팀의 파이널 5회 우승에 기여하며 신인상, 정규시즌 MVP(2회), 파이널 MVP(3회), 올스타전 MVP 등 누릴 수 있는 영광은 모두 경험했다. 샌안토니오가 가장 자랑스러워 할 레전드 오브더 레전드다.
던컨, 오닐이 각각 4, 5번 포지션에서 역대 최고를 다툴 선수였다면 르브론은 3번 스몰포워드에서 그러한 업적을 쌓아나가고 있다. 마이클 조던과 역대 넘버1 논쟁을 일으키는 현존 유일한 선수이며 전 부분에서 역대급 누적기록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불혹의 나이에도 여전히 리그 상위권 기량을 보여주고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무섭다.
'킹'이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파워, 운동능력, 테크닉을 두루 갖춘 그는 흡사 컴퓨터가 장착된 탱크 같다. 득점은 물론 패싱게임에도 일가견이 있어 전 방위로 게임에 관여하는 대표적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득점머신, 야전사령관, 클러치 슈터 등 무엇을 시켜도 척척 소화가능하다.
웸반야마는 우월한 신체 스펙(신장 224cm‧윙스팬 244cm)에 더해 신장대비 빼어난 운동능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역대로 따져도 이 정도 사이즈에 어지간한 윙자원 못지않게 뛰고 달릴 수 있는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거기에 드리블, 슈팅능력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더 커진 듀란트를 비교 대상으로 소환한 바 있다.
웸반야마는 거리를 가리지 않고 공간이 비었다고 판단되면 주저없이 공격을 펼친다. 특히 미드레인지 점퍼, 3점슛 등은 아주 무서운 무기다. 슛 타이밍이 빠른 것은 아니지만 타점 자체가 일반적인 상식을 벗어난 수준인지라 대놓고 앞에서 던져도 멍하니 쳐다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저 그날 경기의 슛감이 안 좋기를 바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말도 안되는 높이는 대부분 공격에서 플러스로 작용한다. 어지간한 선수는 잡을 수 없는 곳으로 패스를 연결해도 앨리웁 덩크가 가능하며 골밑에서도 일단 자리를 잡고 공만 받으면 한골 적립이다. 호리호리한 체구로 인해 몸싸움 능력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지만 대신 기동성이 있는지라 활발하게 이곳저곳을 누비며 공격을 하거나 블록슛을 성공시킨다.
한창 어린 나이를 감안했을 때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공격 옵션에 비해 기술 각각의 완성도는 높지않은 편이다. 하지만 리그 최고 신장, 윙스팬을 가진 선수가 점프력까지 나쁘지 않은지라 말도 안되는 높이가 추가된다는 점에서 평범한 공격도 엄청난 비기로 탈바꿈한다. 거기에 더해 블록슛은 상대팀이 골밑 공격을 할때 주춤거리게 할 만큼 악명을 떨치고 있다.
때문에 그를 응원하는 팬들은 과거 앨런 아이버슨의 명언을 뒤집는(?) '농구는 심장이 아닌 신장으로 하는 것이다'는 문구를 써가며 환호하고 있다. 이제 막 커리어가 시작된 선수인지라 부상 등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앞서 언급한 쟁쟁한 레전드 선배들 못지않은 간판 아이콘으로 리그를 호령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2024 NBA 신인드래프트 1, 2라운드 생중계는 스포티비 프라임2(SPOTV Prime2)와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에서 시청할 수 있다. 1라운드는 27일 목요일 오전 9시, 2라운드는 28일 금요일 새벽 5시에 진행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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