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은 '마약'… 마음의 병 치료 안되면 다시 죽음 유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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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씨(24·가명)는 지난해 10월 자살하기로 마음먹고 고층빌딩 옥상으로 향했다.
박씨는 전형적인 자살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박세준 한국자살예방시민연대 회장은 "자살 시도자의 가족이 일반 가족에 비해 자살률이 높다는 것도 문제"라며 "자살 시도자의 자살률 관리뿐 아니라 가족들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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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8분당 1명꼴 자살
20代 시도율이 가장 높아
응급실 퇴원 후 보호도 '구멍'
올해 1분기 재시도 비중 27%
상담사 대부분이 비정규직
지속적 심리상담도 못받아
◆ 백신 필요한 '자살 전염병' ◆
박준호 씨(24·가명)는 지난해 10월 자살하기로 마음먹고 고층빌딩 옥상으로 향했다. 다행히 서성이던 박씨를 눈여겨본 시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참극을 막았다. 다니던 직장에서 계약 연장에 실패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이어온 그는 번번이 좌절되는 취업에 부모와의 갈등이 겹치면서 자살을 생각했다고 했다.
박씨는 문득문득 '그때 뛰어내렸으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고 했다. 박씨는 전형적인 자살 고위험군에 해당한다.
자살은 한번 앓고 지나가는 홍역이 아니다. 문제의 근원인 마음의 병을 치료하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유혹을 느낀다는 점에서 '마약'에 더 가깝다. 자살 시도 경험 자체가 자살 가능성을 점치는 가장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 자살 예방 정책을 이들에게 집중해 '막을 수 있는 자살'부터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살 시도를 하다가 응급실로 실려온 이들은 지난해 3만665명에 달했다. 올해 1~3월 자살 시도자 중 재시도 비중은 27%나 됐다. 10대와 청년층의 자살 시도율은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특히 높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해 시도율은 전 연령층 평균이 84.4명인데 10대는 160.5명, 20대는 190.8명이다.
자살을 시도한 후 다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된 것이 자살 시도자 사후 관리 사업이다. 2013년 도입돼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매년 늘어나는 자살 재시도 증가 추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사후 관리 사업자로 등록된 병원에서는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전문인력을 배치해 의사들과 함께 응급실로 실려온 자살 시도자들에 대한 협력 치료를 하고 상담 등 사후 관리를 한다. 퇴원한 이후에도 전화 및 방문 상담을 진행하고,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후 관리 사업에 참여하는 기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전체 응급의료기관(센터급 이상) 180곳 가운데 자살 시도자를 관리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응급의료기관은 85개소(약 47%)에 머물고 있다. 2017년(1만2267명) 대비 2.5배 늘어난 자살 시도자 숫자를 따라가기 버거운 수준이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살예방센터에 투입되는 예산이나 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자살을 시도하게 되는 환경을 형성한 데는 사회의 책임이 있는 만큼 자살예방센터에 예산 등을 보강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32.7명으로 광역지자체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울산시의 경우 지정 병원이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경남의 경우 10만명당 자살자 숫자가 28.3명으로 서울(23.1명)보다 많지만 지정 병원은 3곳뿐이다. 박세준 한국자살예방시민연대 회장은 "자살 시도자의 가족이 일반 가족에 비해 자살률이 높다는 것도 문제"라며 "자살 시도자의 자살률 관리뿐 아니라 가족들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살 재시도자들이 지속적인 상담을 받는 것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자살 시도자들에 대한 최초 심리 상담을 담당하는 이들은 지난해 말 기준 226명인데 이 가운데 181명(80.1%)이 비정규직 신분이다. 평균 재직 기간은 27.7개월에 그쳤다.
[이지안 기자 /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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