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포용성,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기업에 관철돼야”[2024 경향포럼]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는 26일 “다양성과 포용성은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기업에 더 관철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4 경향포럼> 특별강연에서 “선장이 혼자 배를 조정할 수 없고 여러 선원과 함께 배를 조정하듯이 기업거버넌스도 협력과 협동을 전제로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때 공장 노동자, 시민활동가로 활동한 임 변호사는 공익소송을 맡아오며 ‘공익소송의 선구자’로도 불려왔다.
임 변호사는 기업지배구조는 ‘누가 기업의 주인인가’의 문제라며 “한국 대기업 집단의 총수 일가는 4% 미만의 주식을 보유하면서 재벌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적 기업지배구조에서 기존에는 주주만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주 민주주의’가 논의됐다면, 최근엔 근로자·소비자 및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도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이해관계자 민주주의’로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영향을 미치는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이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주·노동자·소비자·협력사·지역사회를 이해관계자의 예시로 들었다.
그는 최근 각국에서 도입되는 세이온페이(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 투표권), 세이온클라이밋(기업 기후정책에 대한 주주 투표권)을 언급하며 “주주가 회사 경영에 있어 보수나 기후 정책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지평을 넓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가 기업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기업 민주주의에 중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임 변호사는 “다양한 형태로 노동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기업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의 경우 이사회에 노동자가 참여해 공동 결정을 하는 ‘공동결정 제도’가 있고, 노동조합이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도 한국 공공기관에 많이 도입이 돼 있다”며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국제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제품 개발에 반영하는 LG전자, 최저임금으로는 생활이 어려운 해외 협력사에 생활임금을 지급하는 의류업체 파타고니아를 언급하며 “소비도 기업의 방침과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영국과 프랑스 등에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기업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란 관점으로 접근한다”며 지역사회를 고려한 기업의 의사결정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수익보다 사회적 이익을 우선해 이해관계자를 중심에 두는 ‘베네핏 기업’이 프랑스나 영국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재무제표도 투자자 중심에서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바뀌는 등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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