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전통과 혁신 사이

2024. 6. 2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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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발생지는 인도지만, 인도에서 불교는 5~6세기 최전성기를 거친 후 계속 쇠퇴하여 현재는 불교를 믿는 인구가 0.7%밖에 안된다고 한다.

기독교 인구보다도 적다.

불교를 전수받은 태국이나 대만 등의 국가에서 아직도 인구의 절대다수가 불교를 믿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문화 발원지보다 문화를 전수받은 국가에서 그 문화를 더욱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는 사례는 불교나 한자 말고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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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발생지는 인도지만, 인도에서 불교는 5~6세기 최전성기를 거친 후 계속 쇠퇴하여 현재는 불교를 믿는 인구가 0.7%밖에 안된다고 한다. 기독교 인구보다도 적다. 불교를 전수받은 태국이나 대만 등의 국가에서 아직도 인구의 절대다수가 불교를 믿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중국 은나라에서 기원한 한자는 진시황제 때 통일화 작업을 거쳐 한나라 때 정립되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글자(간체자)는 한자의 원형으로부터 많이 변형되어 더 이상 한자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간자체에만 익숙해진 대부분의 현지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선조들이 써놓은 한자 문헌들을 이제 읽지도 못한다. 아직 한자를 원형 그대로 사용하는 국가는 한국과 대만, 일본 정도다.

문화 발원지보다 문화를 전수받은 국가에서 그 문화를 더욱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는 사례는 불교나 한자 말고도 많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근대화의 일환으로 독일의 사법체계를 도입했다. 우리는 광복 후 일본의 사법체계를 거의 수용했다. 일본과 독일은 사회 발전에 부응하기 위해 사법체계에 필요한 많은 변화를 주었지만, 우리는 아직 80년 전의 사법체계를 고수하고 있다.

일례로 복잡해진 기술에 대한 특허 분쟁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2003년 특허 침해 소송에서 당사자가 원할 경우 변호사 말고도 변리사들을 소송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특허는 발명자가 발명한 기술을 특허청에 제출하여 권리를 인정받는 일종의 권리서이다. 성격상 땅문서와 비슷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내용이어서 변리사라고 해도 자신의 전문 기술 분야가 아니면 특허를 이해하기 어렵다. 당연히 변호사만으로는 복잡해진 기술에 대한 특허 소송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웠다.

변리사들의 참여로 소송은 신속해졌고, 일본 기업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독일은 1961년 설립한 특허법원에 판사의 상당수를 기술판사로 채웠다. 대부분 변리사 또는 특허청 경력을 가진 특허 전문가 출신이다. 전통적인 판사(법률판사)와 구분하여 이들을 기술판사라 한다. 특허 침해 여부 판단에 기술판사가 핵심적 역할을 한다.

2023년 개원한 유럽통합특허법원은 독일의 기술판사, 영국의 변리사 소송 대리, 프랑스의 증거 수집 제도 등 각국 제도의 장점만을 모았다. 현존하는 가장 이상적인 법원 시스템이라는 게 유럽 기업들의 공통된 평가다. 전체 판사의 3분의 2가 기술판사다.

우리가 수십 년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동안 경쟁국들은 이와 같이 자국 기업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사법체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왔다. 이들 국가에서도 기존의 사법체계를 지키기 위한 변호사 단체들의 반발은 있었다. 하지만 특허 경쟁력이 기술 경쟁력이고, 기술 경쟁력이 기업 경쟁력이라는 기업들의 목소리에 더 큰 힘이 실렸다.

심지어 지식재산 후발주자로 알려진 중국도 2014년 베이징에 설립된 지식재산권법원을 필두로 상하이, 광저우 등에 지식재산 전문 법원을 설립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특허 분쟁을 해결하고 있다. 물론 변리사들이 소송 대리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는데, 우리 과학기술인들과 기업들은 언제까지 다른 나라를 부러워만 하고 있어야 하나. 예송논쟁(조선시대 왕실에서 상복을 몇 년 입을 건지 문제로 관료들과 학파가 둘로 쪼개져 격렬하게 다툰 일)에 국력을 허비하다가 주변국에 뒤처진 조선의 전철을 밟을까 두렵다.

[김두규 대한변리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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