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퀴어축제 또 막겠나?” 물음에…“그때가서 판단”
홍준표 대구시장이 성소수자 축제인 대구퀴어문화축제의 개최장소를 두고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홍 시장은 26일 민선 8기 2주년을 맞아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그는 “1심에서는 집회 신청만 하면 무조건 도로점용 허가 없이도 무조건 그 자리에서 집회를 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었는데 재판부에서 이 부분을 판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대법원의 판례를 보면 무신고 집회에는 도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명백히 돼 있는데, 신고 집회도 같을 것”이라면서 “판사가 행정관청의 허가권을 판결로 대행할 수 없고 권한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고속도로 등을 예로 들며 제한구역에서의 집회를 금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소심 판결을 받아 판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홍 시장은 올해 축제에도 행정대집행 등 물리력 행사에 나설 것인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축제가 임박하면) 그때가서 얘기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경찰 및 축제 추최 측과 물리적 충돌을 빚었던 지난해의 사례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았다”며 퀴어문화축제 행사 진행을 막은 대구시를 상대로 축제조직위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는 조직위가 일부 승소했다.
대구지법 제21민사단독은 지난달 24일 축제 조직위가 홍 시장과 대구시 등을 상대로 낸 4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축제 조직위는 대구시에 3000만원, 홍 시장에게 1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청구 중 집회 방해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은 인용한다”며 “제반 사정을 고려해 위자료를 700만원으로 산정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다만 홍 시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축제 명예훼손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대구시는 지난 1일 “법리 오해이며 단독판사의 독단적인 판결”이라며 항소했다. 축제조직위는 “성찰보다는 항소로 화답하는 대구시와 홍 시장을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1심 판결에 따라 올해 행사도 동성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17일 열린 대구퀴어문화축제에서는 경찰과 공무원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대구시가 축제 장소인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공무원들을 동원해 축제 무대 설치를 위한 차량 진입을 막아서면서다.
당시 홍 시장은 시청 허가를 받지 않은 도로 점용은 불법이라며 대구시 소속 공무원 500여명을 동원한 행정대집행을 했다. 반면 대구경찰청은 적법한 집회신고가 이뤄졌으니 문제가 없다며 주최 측이 행사를 신고 내용대로 치를 수 있게 인도했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 공무원 3명이 다치기도 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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