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vs"사회과학적"…의대 증원 '2000명' 근거 놓고 여야 공방
여야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추진과 의사들의 집단 휴진 사태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의대 증원 규모로 '2000명'을 산출한 근거가 미흡하다며 정부를 향한 공세를 퍼부었고, 여당은 의대 정원 확대가 지역 및 필수 의료 붕괴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6일 정부와 의료계 이해관계자들을 불러 의료계 비상 상황에 대한 청문회를 진행했다. 정부 측에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이기일·박민수 복지부 1·2차관,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 수석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고 의료계 측에선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등이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야당은 4개월간 이어진 의정갈등 사태를 두고 정부가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인 탓이라고 비판했다. 또 2000명으로 의대 증원 숫자를 책정한 것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청문회의 핵심은 의대 증원 확대를 하는 데 있어 왜 하필 (증원 규모가) 2000명인가를 밝히는 것"이라며 "정확한 근거가 있는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때문인지, 항간에 떠도는 이천(2000)공 때문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 요구하며 "법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건복지부가) 국회에는 제출하지 않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재판 중인 정보에 관한 사항이라고 제출이 어렵고 했는데 법원은 믿고 국회는 못 믿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대 증원은 국민들이 모두 동의하는 의제다. 그럼에도 현 정부의 일처리 방식과 2000명 결정 과정에 대해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박수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대 증원 발표 과정과 (의료계가) 집단행동에 들어갔을 때 일처리를 잘했다면 4개월간 의료대란도 오지 않았다"며 "여러 고비가 있을 때마다 미숙한 대응으로 일을 더 키웠다"고 말했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도 "의대증원 이야기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갑자기 총선을 앞두고 2월에 나왔다"며 "정치적인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정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도 강경대응책으로 일관해 국민과 환자들만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박주민 복지위원장은 조 장관을 향해 "2000명으로 의대 증원 확대를 결정한 게 필수불가결한 숫자였다면 왜 두 달 만에 500명을 줄이느냐"며 "(2000명은) 굉장히 비과학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숫자를 선정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은 2000명이라는 숫자를 두고 사회과학적 방법에 따라 책정한 것이라며 정부를 엄호하는 데 집중했다. 다만 의대 정원 확대 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소통 방식이 아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의대 증원은 지역의료나 필수의료 붕괴 현상을 해소하고자 시작한 의료개혁"이라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예상되는 의료 수요 급증에 대응한 개혁"이라고 했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2000명 증원 규모는) 사회과학적인 방법론에 입각해서 결정을 한 것"이라며 "지난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모두 의료 개혁을 추진하려는 의지는 동일하다. 작금의 의료 공백이 일어나게 된 건 의사들 파업을 마주한 후 증원을 백지화하는지 뚜벅뚜벅 가느냐 그 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증원 과정에서 근거에 기반한 제대로 된 정책이라는 점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달라. 아무리 맞는 결과를 내놓는다고 해도 국민들이 납득하려면 소통이 배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1만 명이든 2만 명이던 국민들에게 의료 공백이 발생한다면 (의대 정원) 수는 얼마든지 늘려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정원 확대 문제에서도 보면 노인인구의 증가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를 고려해 확대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맞춰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바이오산업 육성 등 과학자가 얼마나 필요한 지 등 꼼꼼하게 분석한 후 증원했다면 더 좋지 않았겠느냐"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오후부터 청문회에 참석한 조 장관은 "100일 넘게까지 의료 공백이 지속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빨리 의료 공백 사태가 완화될 수 있고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하고 현장을 이탈했을 때 의료계 내에서는 3~4주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게 정설이었다"며 "지금 (의료 공백이) 넉 달 가까이 되고 종합병원급 이상 입원, 수술 진료량을 보면 평시 대비 부족하기는 하지만 굉장히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료계가 정부 의료 정책 반대를 이유로 진료를 거절하는 것을 두고 "정당한 사유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차관은 "명백한 것에 대해서는 형사고발 등 조처했다"며 "환자단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조속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사들 집단 휴진이 정당한 기본권이라고 맞섰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파업에 대해서는 의사들의 기본권"이라며 "지금까지 복지부는 의협과 전공의, 교수들을 범죄자·노예 취급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공백) 사태의 본질은 복지부가 이른바 개혁이라는 것을 하면서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에게 '당신들은 미래가 없다'는 메시지를 줬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있던 자리에서 나갈 수밖에 없었던 환경을 복지부가 만들었고 미래가 있다는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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