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이 ‘화성 참사’ 피해 키워…“노동부 부실감독도 원인”
‘화성 참사’ 사망자 규모가 커진 이유는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이 ‘파견 이주노동자’를 사용하는 등 고용구조가 복잡했기 때문이다. 일용직 파견 노동자는 사업장 유해·위험 요인을 파악하기 어렵고, 이주노동자는 언어의 한계라는 벽이 있다. 작은 사업장이 몰려 있는 산업단지(공단)에 불법파견이 만연한데도 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고용노동부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경기도외국인지원센터가 2020년 12월 발표한 ‘경기도 이주노동자 파견노동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파견 이주노동자 3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노동부 등 공적인 기관을 통해 일자리를 구하는 비중은 6.2%에 불과했다.
지난 24일 화재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주노동자 18명은 직업소개업 등록이 되어 있지 않고 파견 허가도 받지 못한 메이셀이 경기 화성시 전곡산업단지에 있는 아리셀에 공급한 인력이었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비정규 이주노동자가 없다면 ‘시흥, 안산스마트허브 지역의 소규모 영세 사업체는 거의 존속이 불가능해진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불법파견이 확대되고 있다”고 짚었다.
메이셀 관계자는 지난 25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무허가 파견을 시인하면서 “다른 업체들도 이렇게 인력 공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가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을 통해 노동부로부터 받은 ‘파견법 위반 유형별 진정 현황’을 보면 2022년 파견법 위반 진정사건 401건 중 파견법 5조와 7조 위반(파견금지업종 파견 및 무허가 파견)이 232건으로 57.9%를 차지했다. 불법파견이 현장에서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파견법 위반 처리 결과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시정완료에 의한 행정종결’이다. 행정종결은 48.6%로 절반에 육박했고, 파견법 위반으로 사건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은 50건(12.5%)에 불과했다.
산업단지의 불법파견은 ‘진화’하고 있다. 정현철 금속노조 시흥안산지역지회장은 “2013년부터 산업단지 불법파견에 대한 문제제기가 노동계 중심으로 이뤄지자 대놓고 파견법을 어기는 방식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위장도급 형태로 파견법을 피하는 꼼수가 늘었다”며 “이번 화성 참사에서 드러난 아리셀과 메이셀 간 관계가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부가 조금만 들여다보면 확인할 수 있는데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민길수 중부고용노동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노동부가 불법파견을 사실상 방치해 사고가 커졌다는 지적에 대해 “산업단지 파견은 그동안 계속 문제가 된 부분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앞으로 더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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