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2금융·취약층 빚폭탄 경고음
만기연장·미분양 리스크 증가
자산건전성 악화… 연체율 상승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부실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연착륙을 위해 정책지원과 금융사 자체적으로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2금융권 건전성 악화, 취약층 빚 등을 금융 시장의 3대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한다고 경고했다.
한은이 26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단기 금융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실물·금융 지표를 바탕으로 산출된 5월 금융불안지수(FSI)는 15.9로 4월(16.1)보다 낮아졌다. 올들어 하락세지만 비은행 금융기관의 연체율이 오르면서 아직 '주의' 단계(8 이상)에 머물러 있다. 여전히 시스템 부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은 보고서에서는 "우리 금융시장을 둘러싸고 단기적으로 취약 부문의 채무상환 부담 누적 증가, 부동산 PF 부실 우려, 비(非)은행 중심의 금융기관 자산건전성 저하, 주요국 통화정책 등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민간 신용(빚)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향후 가계부채의 누적 증가 등으로 금융 취약성이 증대될 위험도 있다"고 진단했다.
◇커지는 부동산 PF 부실 위험= 한은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134조2000억원이다.
당국의 압박에 금융기관이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면서 신규대출을 자제해 급격한 증가세는 막았다. 하지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분기 말 기준 3.55%를 기록, 2021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다. 연체율은 증권사(17.6%), 저축은행(11.3%), 여전사(5.3%) 등이 높다. 브릿지론이 본 PF 대출로 전환되지 못하고 만기를 연장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대출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미분양 리스크도 커졌다.
PF유동화증권에 대한 증권사의 보증 규모도 1분기 말 기준 18조2000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신탁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인 신탁계정대도 5조4000억원이다.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 단기금융시장 전반에 유동성 경색이 나타날 경우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건설사 수익성 부진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건설사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 2020년 5.9%, 2021년 6.0%에서 2022년 4.0%, 2023년 1.7% 등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아슬아슬 저축은행·상호금융=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 등 2금융권의 연체율도 문제다. 이들 업권은 장기 대출채권이 많아 단기자금을 운용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을 모두 손실 났다고 가정할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은 1분기 기준 14.69%에서 11.6%로 3.09%포인트(p) 내린다. 같은 기준 농협·수협·산림조합의 자본비율은 7.6%, 새마을금고는 6.1%, 신협은 4.6% 등으로 떨어진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의 1분기 연체율은 각각 8.8%, 5.1%. 2022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자산건전성 지표가 빠르게 악화하고 있어서다. 특히 1분기 건설·부동산업 연체율은 저축은행 13.4%, 상호금융 7.8% 등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커지면서 가파른 연체로 이어지고 있다.
한은의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단기에 유입 가능한 현금확보액 비교) 결과, 보험 387.3%, 증권 212.0%, 여전사 210.5%, 저축은행 142.2%, 상호금융 128.8% 등이다.
당장 운용할 단기자금이 부족한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의 유동성 확보비율이 낮은 것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경우 올해 초 증권사 랩·신탁 계정에서 단기자금 출금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급등하는 취약차주 연체율=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말 1.52%이다.
2022년 2분기 말(0.50%)에 비해 1% 넘게 상승했다. 이중 다중 채무자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취약 차주의 연체율은 1분기 말 10.21%다. 자영업자 취약 차주 수 비중은 12.7%로 가계대출 차주 수 비중(6.4%)의 2배에 육박했다. 가계의 1인당 평균 연체액은 2022년 2분기 말 27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말 3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는 1억400만원에서 1억2200만원으로 각각 늘었다. 같은 기간 연체 차주 수 비중은 가계가 1.72%에서 2.31%로, 자영업자가 1.57%에서 4.20%로 뛰었다. 평균 연체액이 증가했고, 연체 차주 수는 그보다 더 많이 늘었다. 자영업자에 대한 적극적인 채무조정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우리(한은)도 취약 부문 채무상환 부담 누증, PF 부실 위험을 걱정하고 있는데, 정책당국도 그쪽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현재 취약계층 지원 대책을 마련 중이고 부동산 PF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것을 고려해 스트레스 DSR 일정을) 미세 조정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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