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원 확인 언제 되나요"…눈물만 흐르는 유족 대기실
(화성=연합뉴스) 김솔 기자 = "아이고, 아이고…"
26일 경기 화성시청 인근 모두누림센터에 마련된 '화성 전곡리 공장 화재' 사망자 유족 대기실.
이날 오전 센터 2층에 마련된 유족 대기실 안에서는 애절한 통곡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한 대기실에는 이번 화재 사망자 중 1명의 부모 등 10명가량이 모여 있었다.
중국 국적 사망자의 유족들로 추정되는 이들은 중국어로 대화하면서 대기실을 오가는 내내 눈물을 흘리고 서로를 다독이며 슬픔을 쏟아냈다.
이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더해, 사망자의 신원 확인이 마무리되지 못한 데 대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전날 오전 3시께 DNA 채취를 마친 뒤 고인의 신원 확인 결과가 나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해당 유족들을 만나고 나온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는 "이분들은 빨리 본인들의 DNA를 고인의 것과 대조해달라고 하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빨리 당겨도 3일 정도는 걸린다고 한다"며 "결과가 빨리 나와야 이분들이 시신을 인수하고 가족을 만날 수 있어 그 부분을 최대한 도와드린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이 건물 5층 옥상에서는 중년 남성 3명이 눈시울을 붉힌 채 연신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이들은 황망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참 힘들다"고 되뇌었다.
2층 테라스에서도 중년 남성과 여성이 눈물을 글썽이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화재 발생 후 이틀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족의 생사조차 명확히 알지 못하겠다며 유족 대기실을 찾은 이도 있었다.
이날 센터 앞에서 만난 중국 동포 40대 이모 씨는 5촌 조카인 A(23·중국 국적) 씨가 이번 화재 사고 사망자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급히 이곳에 찾아왔다.
이씨에 따르면 그의 친형은 전날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A씨가 화재 사고 실종자이니 연락해보라"는 전화를 받았다. 이씨와 사촌지간인 A씨의 아버지도 같은 날 저녁 경찰서를 방문해 "A씨가 화재 사고 사망자가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씨는 전국동포총연합회로부터 "A씨가 병원에 있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고, 이곳에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것도 잠시, 이씨는 이곳에 도착한 뒤 한 통의 메시지를 확인하고선 다시 한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중국에 있는 그의 형수가 '틱톡'(동영상 플랫폼)에서 퍼지고 있는 화재 사고 사망자 명단을 캡처해 보내줬는데, 여기에 A씨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시청에 올 때까지만 해도 연락만 닿지 않을 뿐 병원 한 곳에서 치료받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방금 캡처 사진을 받고 너무 놀랐다"며 "그래도 혹시 몰라 일단 시청에서 센터에 가 확인해보라 했으니 얼른 확답을 들어야겠다"고 말한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센터 3층 유족 대기실에는 이날 오후까지도 일행의 부축을 받으며 오열하는 유족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일부 유족은 센터 내 심리 상담 공간을 방문해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와 시청 내 분향소 인근에는 유사시에 대비해 119구급대원들이 대기 중이다.
현장을 찾은 도 관계자는 유족들을 위해 신원 확인 작업이 가능한 한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후석 도 행정2부지사는 취재진에게 "어제 김동연 지사님도 여길 왔다 가시면서 국수본 관계자와 통화해 (신원 확인 작업) 시간을 당겨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며 "(신원 확인이 신속히 완료돼) 이분들이 장례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께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아리셀 공장에서 난 불로 23명이 숨진 가운데 이날 오전 10시까지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한국 국적 김모(52) 씨,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이모(46) 씨, 실종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시신이 수습된 한국 국적 김모(47) 씨 등 3명이다.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망자는 경찰청과 법무부에서 직계 가족과 DNA 비교 작업을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신원이 파악되는 대로 유족에게 알릴 예정이다.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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