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김동연, 검찰 돕나"…경기 "비상식적, 유감"

최기철 2024. 6. 2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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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의원, '이화영 변호인' 페북 공유 김 지사 압박
"중요 재판자료 제출 계속 거부, 검찰 돕는 것"
경기 "정치적 악용 소지…국힘 요구도 똑같이 거부"
'친문' 경기 집결…'대권 잠룡' 김 지사 견제 분석도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재판자료를 제출하라며 김동연 경기지사를 직접 압박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김동연 경기도지사 [사진=뉴시스]

민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동연 경기도지사님, 김광민 변호사가 요청한 자료를 제출해 주시라"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변호인단은 '쌍방울 사건' 관련 정치 검찰의 악의적 조작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 한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 1심에서 징역 9년 6개월 형이 선고된 이화영 전 경기 평화부지사 변호인이다. 민주당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도 겸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현재 항소한 상태다.

민 의원은 이어 "검찰은 '이재명 방북비용 대납 대북송금 사건'이라고 주장하고, 민주당과 변호인단은 '남북 합작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김 변호사가 요청한 경기도 자료는 진실을 밝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면서 "경기도가 계속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검찰을 돕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그러면서 김 변호사 페이스북 내용을 직접 공유했다. 김 변호사는 같은 날 "경기도에 '2019년 아시아태평양 국제대회' 결과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그런데 경기도는 밑도 끝도 없이 못 주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결과보고서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리호남 북한 정찰총국 간부에게 이 전 대표 방북비용 70만불을 줬다는 공소사실과 관련된 중요 증거자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평화부지사 변호를 맡고 있는 김광민 변호사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김 변호사 페이스북 캡쳐]

김 변호사는 이어 "찾아가서 열람이라도 하겠다고 했지만 수사 및 재판 중인 사안이라 그것도 불가하다고 한다. 대법원까지 재판이 끝나 억울한 판결이 확정되면 그 때야 주겠다는 건가? 무슨 이따위 답변이 있느냐. 경기도는 검찰을 위해 존재하느냐"고 했다.

현행법상 형사재판 중 피고인 측은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재판부에 신청할 수 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 해당 기관 등에게 사실조회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기관에게 이를 반드시 수용할 의무는 없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거부가 가능하다.

경기도도 같은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 도는 26일 대변인 명의로 반박 성명을 내고 "김광민 도의원(이화영 변호인)이 요청한 자료는 최근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제출을 요구한 바 있으며, 경기도는 '수사재판 중인 사안'으로 정치적 악용의 소지가 있어 제출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도는 지난 행정감사와 국정감사에서도 이화영 전 부지사, 이재명 전 지사와 관련된 수사 재판 중인 모든 자료에 대해 이와 같은 이유로 일관되게 거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는 이어 "경기도가 마치 검찰 반박의 결정적 자료를 일부러 제출하지 않는 것처럼 밝히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부합되지 않는 비상식적 주장"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면 검찰을 돕는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지난 24일 경기 화성 전곡해양산단 일차전지 공장 화재현장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지사는 지난 24일 경기 화성시 1차전지 업체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 수습을 현장 지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 의원의 압박이 적절한지를 두고 또다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뒤 이재명 전 대표를 제3자뇌물 혐의로 기소했다. 민 의원은 '민주당 정치검찰 사건조작 특별대책단 단장'을 맡고 있다. 당 대표 사법리스크 현안으로 화재 현장을 수습 중인 김 지사를 직접 압박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다.

2027년 대선에서 민주당 내 대권 잠룡으로 지목되고 있는 김 지사 곁으로 당 내 친문계 인사들이 모이고 있는 상황에서 견제구를 날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에서 일한 김현곤 전 청와대 행정관이 올해 초 경기도 경제부지사로 임명됐다. 최근에는 대표적 친노·친문인사인 전해철 전 의원이 경기도 도정자문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전 의원은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나서면서 이 전 대표와 맞붙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강민석 전 대변인이 조만간 경기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지사 역시 지난 11일 이 전 대표 연임과 대권 도전에 유리한 내용을 담은 '민주당 당헌당규 개정안'에 이의를 제기하고 "특정인 맞춤 개정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며 "'그 누구의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 정도(正道)를 걸어야 한다"면서 반대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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