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식이 삼촌' 티파니 "미영이다운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앞으로는 영어 대사가 없는 역할도 꼭 하고 싶어요. 황미영(티파니 영의 본명)다운, 미영이다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좋은 대본을 만나고 싶고요."
최근 최종회가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은 송강호의 첫 드라마 출연작이자 변요한, 진기주, 이규형, 서현우, 유재명, 주진모 등 쟁쟁한 출연진으로도 화제가 됐다.
화려한 배우들의 이름 가운데서도 눈에 띈 것은 한국계 미국인 '레이첼 정' 역할을 맡은 티파니 영(이하 티파니)이다.
소녀시대로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온 티파니는 이번 작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아 제3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여우조연상 후보로 올랐다. 그의 드라마 출연은 2022년 방영된 '재벌집 막내아들'에 이어 두 번째다.
26일 드라마 종영을 기념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난 티파니는 "'삼식이 삼촌'은 다시 생각해도 촬영 현장이 정말 멋졌고, 최고의 선배들과 파트너들을 만나서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가수로서는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티파니는 '삼식이 삼촌' 작품 제작 소식을 듣고 오디션을 거쳐 배역을 따냈다고 한다.
티파니는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레이첼은 담배를 피우는 인물이라서 오디션에 전자담배를 챙겨갔고 구두도 가져갔다"며 "도구가 있으면 레이첼의 이미지를 잡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런 모습을 보고 신연식 감독님이 '우리 현장은 대본을 집요하게 파는 열정적인 사람들만 모여 있는데, 열정만큼은 부족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해주셨다"고 오디션을 통과한 배경을 설명했다.
재미교포인 티파니는 "1960년대가 작품의 배경인데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라며 "작품을 통해서 저의 DNA와 뿌리를 알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시대적인 배경을 공부하면서 '삼식이 삼촌'의 이야기에 반하게 됐다"고 말했다.
극 중 레이첼은 한국인 장학생을 선발해 유학을 보내는 올브라이트 장학재단의 핵심 인물이다. 레이첼은 재단의 장학생 출신인 주인공 김산(변요한 분)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를 새로운 대한민국의 지도자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유력한 가문의 한국계 미국인인 레이첼은 주장이 뚜렷하고 솔직하며 영어를 모국어로 유창하게 구사한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티파니와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그렇다고 해서 티파니가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니다. 그는 소녀시대 활동 초기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고치려고 수없이 노력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을 만큼 성실함으로 정평이 나 있다.
티파니는 "드라마에서 삼식이 삼촌 박두칠(송강호)이 레이첼을 '복어 같은 여자'라고 표현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대사가 레이첼이라는 인물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어는 아무리 뜨거운 열에도 변하지 않는 강한 독을 갖고 있고 그 독으로 주변을 해칠 수 있지만 스스로를 해치지는 않는 굉장히 '쿨한' 존재"라고 덧붙였다.
드라마에서 레이첼은 박두칠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미국인답게 손을 뻗어 악수를 청하는데, 이 장면은 티파니의 실제 모습이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티파니가 연기 대선배인 송강호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고개를 숙여 인사한 다음 악수를 청했는데, 이 모습을 본 신연식 감독이 실제 드라마에서 레이첼과 박두칠이 만나는 장면에 그대로 반영했다고 한다.
티파니는 유창한 영어 실력 덕분에 두 번의 드라마 출연에서 모두 '레이첼'이라는 이름의 한국계 미국인을 연기했다. 앞선 출연작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재미교포 레이첼 역할이었다.
이를 두고 티파니는 "레이첼은 정말 매력적인 이름이라고 생각한다"며 "(소녀시대 멤버인) 수영이가 저한테 '넌 이제 레이첼 컬렉터가 될 거야'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듣고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배역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티파니는 다만 "이번에는 제가 잘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라서 연기할 수 있었지만, 언젠가는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영어 대사가 없는 역할도 맡고 싶다"며 "황미영다운 모습도 보여드리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열정과 연습, 체력만큼은 제가 일등이에요. 저는 연기도 음악만큼이나 사랑하고,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행동을 보이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늘 부족하겠지만, 더 멋진 스토리와 좋은 선배님들과 감독님들께 배워 나가겠습니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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