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 판결 틀렸어요” 민사 판결문 수정 요청 연간 4000건···수용률은 ‘하락’

유선희 기자 2024. 6. 2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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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자료사진

법원이 내린 민사소송 판결을 수정해달라는 ‘판결 경정’ 신청 건수가 연간 4000건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이 경정 신청을 받아들이는 비율은 낮아지고 있다. 법원은 재판부 자체 판단으로 판결문을 사후 수정한 사례는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판결문 경정이 잦을수록 판결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26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대법원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최근 5년간(2019~2023년) 민·형사 판결 경정 신청 현황’을 분석했더니 민사 판결은 매해 약 4000건의 판결 오류 수정 신청이 접수됐다. 형사 판결에선 연평균 약 160명이 판결 결정을 신청했다. 판결 경정이란 판결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 등을 바로잡는 것을 말한다.

민사판결 10건 중 6건 경정 인용

전국 지방·고등법원과 대법원에 접수된 민사 판결에 대한 경정 신청 건수는 2019년 4632건, 2020년 4361건, 2021년 4403건, 2022년 4112건, 2023년 3877건이었다. 전체 민사 본안 판결 대비 0.7% 꼴로 ‘판결문 오류를 바로잡아달라’는 요청이 접수되는 셈이다.

경정 신청은 10건 중 7건 꼴로 수용됐다. 인용률은 2019년 75.47%(3496건), 2020년 75.07%(3274건), 2021년 75.24%(3313건), 2022년 69.21%(2846건), 지난해 68.79%(2667건)로 하락하는 추세였다. 법원행정처는 인용 및 기각 사유를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고등법원의 경우 민사 판결 경정 신청 건수는 2019년 119건, 2020년 102건, 2021년 82건, 2022년 94건, 2023년 124건이었다. 전체 신청 건수의 절반 이상은 서울고법에 몰렸다. 경정 인용률은 60~70%대로, 역시 하락 추세였다.

형사 판결의 경우 각급 법원에 판결 경정을 신청한 전체 인원이 2019년 161명, 2020년 147명, 2021년 155명, 2022년 173명, 2023년 163명이었다. 연간 형사 판결 중 0.5% 수준이다. 경정 신청 대비 인용률은 2019년 70.18%(113명), 2020년 57.82%(85명), 2021년 41.29%(64명), 2022년 62.42%(108명), 지난해 74.23%(121명)였다.

법원 직권 경정 통계에 안 잡혀…“신뢰 문제”

민사·형사소송법은 법원이 직권 또는 당사자 등의 신청에 따라 판결을 정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단순 오류를 바로잡는 수준을 넘어 이미 내려진 판결의 핵심 내용을 수정해야 하는 사례가 잦다면 법원 신뢰도에 치명적일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처럼 주목도가 높은 사건에서의 판결문 오류는 파장이 더 크다. 특히 법원이 신청에 따른 경정이 아닌 재판부 직권에 따른 판결 경정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 회장·노 관장 이혼소송도 항소심 재판부가 직권으로 판결문을 정정했기 때문에 판결 경정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재근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법원 직권으로 이뤄지는 경정을 공개하지 않는 건 결국 사법부 신뢰와 연관되는 문제”라며 “경정 인용 이유도 밝히지 않는 등 어떤 내용이 정확히 수정됐는지 현재 통계로는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판결문 정정이 사법부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다”며 “보다 정확한 판결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판결문 작성과 관련한 제반 여건을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도 함께 살피겠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법원 직권 판결 경정 결정 통계 산출을 위해서는 예산 확보와 시스템 개선, 현재 구축 중인 차세대전자소송시스템과의 상호관련성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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