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리 "자체 핵무장론 고려할 단계 아냐…충분한 힘은 갖춰야"(종합)
"외국인 불법 체류 허용 통한 인력 활용 안돼…노동시장 이중구조 논의"
국회 상임위서 野의원들 막말·조롱 논란 비판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는 26일 "자체 핵무장론은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개최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질문에 "현재로서는 작년에 한미 간 합의를 충분히 실현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총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계속 압박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그런데 우리가 핵무장을 해버리면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주장하는 하나의 근거가 약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꼭 우리가 핵을 보유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그런 것(자체 핵무장)을 하지 않고 우리의 안전을 지킬 수 있으면 그것이 좀 더 나은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국빈 방미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확장 억제 강화를 골자로 한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고, 양국은 같은 해 7월 핵협의그룹(NCG)을 출범해 합의 사항을 이행 중이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 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하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표 경선에서 미국의 핵우산이 아닌 자체 핵무장론이 이슈화했다.
한 총리는 "북한과 언제라도 대화하겠지만, 대화가 만족스럽게 이뤄지지 않을 때를 고려해 대한민국은 충분한 힘과 자강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전을 적대국의 선의에 의존하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치 독일의 총통 아돌프 히틀러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려고 할 때 당시 영국의 총리 네빌 체임벌린이 히틀러와 평화 협정을 맺은 사실을 언급했다.
한 총리는 "평화협정을 맺고 돌아와 위협으로부터 벗어났다고 자화자찬을 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대전이 시작됐다"며 "영국은 독일로부터의 엄청난 공격을 받고 국민은 피와 땀, 눈물을 흘리면서 문제를 극복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한때 주요 8개국(G8)으로 묶였던 러시아에 대해 "현재는 힘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며 "자기가 사인(서명)해 제재받게 된 북한과 군사 협력을 하고 이제는 자유세계를 위협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 총리는 전날 경기 화성 리튬전지 공장 화재로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 23명이 사망한 데 대해 거듭 애도를 표하고, 근로자 안전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지금처럼 외국인 불법 체류자를 사실상 허용함으로써 외국 인력을 활용하는 정책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40만명으로 추산되는 외국인 불법 체류자를 대폭 줄이는 동시에 유연성 있는 법과 제도 또한 마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 총리는 또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 시장 여건으로 봤을 때 여성이나 노인들이 좀 더 많이 노동에 참여해야 한다"며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 문제, 청년들의 일자리 감소 우려 등의 문제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뤄가면서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폐지를 추진하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서는 "금투세로 시장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며 "그러면 증권 투자 시장에 참가하는 약 1천400만명의 투자자 전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의 금융 투자로 5천만원(주식) 이상의 양도 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으로, 정부는 애초 내년에 시행할 예정이었던 금투세를 폐지하기로 하고 다시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한편, 한 총리는 최근 야당이 강행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출석 증인과 참고인 등을 대상으로 막말과 조롱 논란이 불거진 데 대해 "국민을 실망시키고, 국격을 떨어뜨리고, 사회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기는 일"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국민을 움직이는 진정한 정치의 힘은 모욕과 조롱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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