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블루오션’ 수소 두고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맞붙는다고요?
그린·핑크수소…각각 재생에너지·원자력으로 생산
‘수소경제 산업벨트 조성’ 계획에 원전 업계 들썩
국내 원전 활용할 수 있지만…그린수소 위축 가능성도
A.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수소인 그린수소가 ‘국제 표준’처럼 여겨지는 가운데, 한국을 중심으로 원자력으로 만드는 핑크수소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거든요.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뜨거운’ 에너지원인 수소에도 ‘퍼스널 컬러’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수소는 에너지원으로 탄생할 때부터 만들어진 방법에 따라 그린, 핑크, 블루, 그레이 등 각자 색깔을 부여받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동해안 원전을 활용한 ‘수소경제 산업벨트 조성’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원자력 업계가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호주, 중국 등 주요 나라들은 물과 유기물 등에 포함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추출·저장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수소는 전세계 어디나 존재하면서 연소 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아 석유·석탄을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습니다.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는 날씨 상태에 따라 수급이 들쑥날쑥할 수 있어 저장 가능한 수소를 유연성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주요 나라들이 탄소중립을 약속한 2050년엔 수소 산업 규모가 2조 달러(약 277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한 제주도와 원전이 밀집한 동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각각 그린수소와 핑크수소 산업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먼저 제주도는 바람을 이용한 그린수소 생산 확대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풍력과 태양광, 수소 에너지 전환으로 청정 지역 이미지를 부각하고, 관광 산업에서 재생에너지 산업을 더해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계산입니다. 제주도는 출력제한으로 남아도는 풍력·태양광 전기를 사용해 현재 1만톤 수준인 그린수소 생산량을 2035년까지 6만톤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단순 계산으론 12만 대의 수소버스를 운행할 수 있는 양입니다. 도는 우선 해당 수소의 90% 이상을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수소 발전소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공용 수소차(버스 및 관용차 등) 에너지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경북 울진 등 동해안 지역에선 원전을 활용한 수소 산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원전이 지역 산업이 된 울진의 경우 현재 가동 중인 원전 8기(신한울 3, 4호기 건설 시 10기)에서 생산한 전기로 수소를 만드는 ‘청정수소 생산기지 구축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원자력업계에선 1기가와트(GW)급 대형원전 1기가 생산하는 핑크수소 연간 생산량이 20만톤 정도로 1kg당 생산단가를 1.7달러(그린수소 7.9달러)까지 낮출 수 있어 한국 상황에 적합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핑크수소는 장점 이면에 원자력 발전이란 본연의 한계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습니다. 원전 운영 과정에서 나온 핵폐기물 처리 문제를 비롯해 국제 사회가 원전을 청정(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 점도 핑크수소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동해안 수소 생태계 구축 계획을 밝힌 데 대해서도 신규 원전 건설 명분 중 하나로 수소 산업을 내세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많은 원전을 운영할 수 있는 한국 입장에선 재생에너지보다 생산단가가 낮은 원전을 이용한 핑크 수소 생산이 급증할 수소 수요에 가장 쉽게 대응할 수 방법”이라면서도 “교역 측면에서 핑크수소를 청정에너지로 인정해 줄 것인지와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핑크수소 산업이 커졌을 때 국내 발전 단가가 비교적 높은 그린수소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앞으로 커질 수소 생태계 다양성을 위해 핑크수소 투자에만 집중하기보단 그린수소와 블루수소에 대한 정책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손정락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철강산업의 경우 동해안 원전으로 만든 핑크수소를 활용해 국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서 “다만 원전을 활용한 수소 생산이 싸다는 경제성 논리를 넘어서 지역적 특성을 활용한 그린수소 산업과 탄소를 포집하는 블루수소 생산 기술까지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이 급변하는 국제 흐름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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