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군인 동생 순직 인정…법 허점에 막힌 국가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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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군인이 20년 만에 순직을 인정 받았지만 국가가 남은 유족인 형에게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군인재해보상법상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유족의 범위가 직계존비속으로 한정되어있고, 국가배상은 '이중배상'이라는 이유로 법으로 청구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이중배상금지 규정을 이유로 순직한 군인과 경찰의 유족이 국가에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은 앞서도 계속 나왔지만 법 개정은 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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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유족보상 대상 부모님 사망
국가배상은 이중배상 금지규정에 막혀
군 생활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군인이 20년 만에 순직을 인정 받았지만 국가가 남은 유족인 형에게 손해배상을 할 책임이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군인재해보상법상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유족의 범위가 직계존비속으로 한정되어있고, 국가배상은 ‘이중배상’이라는 이유로 법으로 청구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2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4부(재판장 노진영)는 순직 군인 ㄱ씨의 형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과 같은 기각 판결을 내렸다. 앞서 지난 2002년 3월 육군 소위로 임관해 소속대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ㄱ씨는 2002년 11월 군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군은 당시 ‘ㄱ씨의 사망과 공무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사망의 원인을 ‘자살’로 처리했다.
2019년 ㄱ씨의 형 ㄴ씨는 국민 신문고를 통해 ㄱ씨 사망에 대한 재조사를 요청했다. 국방부는 재조사를 통해 ‘망인이 과중한 업무로 부담을 느껴오던 중 우울증에 가까운 심적부담으로 고민하다 자해로 사망한 것은 순직’이라며 2022년 ㄱ씨의 순직을 인정했다. 하지만 20년 만의 순직 결정에도, 형은 순직 보상금을 받을 수 없었다. 국가배상법에 따라 전사·순직한 군인의 유족은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는데, 유족이 직계존비속으로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ㄱ씨는 미혼이었고 어머니는 2018년에 아버지는 2021년에 모두 세상을 떠나 직계존비속이 없었다.
결국 형인 ㄴ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위자료 1억원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ㄴ씨 쪽은 “공무원의 부실조사로 사망원인이 단순자살로 판정 내려진 것은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로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불법행위”라며 나아가 “(ㄱ씨의 사망 이후) 대위로 근무하던 형은 조기 전역하게 됐으며, 충격을 받은 부모에 대한 생계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재산상 피해를 입었고 부모는 그 충격으로 병으로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법원에 이어 항소심 역시 이중배상금지를 이유로 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 법원은 “망인의 유족에게 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발생한 이상, 실제로 그 권리를 행사하였거나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국가배상법 제2조1항이 적용된다”며 ㄱ씨의 사망을 원인으로 한 국가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유족에게도 있다고 볼 수 없는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을 다른 법령에서 정한 유족에 해당하지 않는 형제에게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러한 점에서도 원고는 국가배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국가배상법 제2조1항은 전사·순직 군인과 관련해 ‘본인이나 그 유족이 다른 법령에 따라 재해보상금·유족연금·상이연금 등의 보상을 지급받을 수 있을 때에는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중배상금지 규정을 이유로 순직한 군인과 경찰의 유족이 국가에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은 앞서도 계속 나왔지만 법 개정은 더디다. 법무부는 지난해 이런 문제 개선을 위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현재 22대 국회에도 관련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ㄴ씨를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는 한겨레에 “정당한 보상마저도 가로막고 있는 모순을 깨기 위해서라도 국가배상법을 개정하고, 국가가 제대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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