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강대강 대치 속 연평도 분위기는… “불안 속 평온한 일상” [인터뷰]

강승훈 2024. 6. 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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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접경지에 사는 주민들은 늘 불안하고 마음을 졸이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요즘보다 더한 상황도 겪었던 터라 덤덤하게 여길 뿐이죠."

박재복 인천 옹진군 연평도어민회장은 26일 세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남북의 강대강 대치 국면 속 현지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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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오물 풍선 벌써 6번째, 군사적 긴장감
박재복 연평어민회장 “막판 봄어기 꽃게 조업”

“서해5도 접경지에 사는 주민들은 늘 불안하고 마음을 졸이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지만 요즘보다 더한 상황도 겪었던 터라 덤덤하게 여길 뿐이죠.”

박재복 인천 옹진군 연평도어민회장은 26일 세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남북의 강대강 대치 국면 속 현지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오물 풍선을 날린 데 이어 우리나라도 확성기 방송으로 대응하며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전날 밤 6번째 풍선을 띄워 보냈고, 우리 군은 2018년 9·19 남북 군사합의 체결 후 5년9개월간 중단했던 서북도서 포격 훈련을 이날 재개했다. 연평·백령에서 가상의 적을 향해 K9 자주포 등 모두 290여발이 불을 뿜었다.
26일 K-9 자주포 등의 실사격 훈련으로 연평도 선착장에 어선들이 정박돼 있다. 뉴스1
서해 최북단 연평에서 태어나 56년째 둥지를 틀고 있다는 박 회장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막연히 근심만 한다고 해결될 건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심각하게 보지 않는다고 언급할 뿐”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생활하는 이웃들 역시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매일을 보낸다고 알렸다.

그는 앞서 북한의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시도 때 직접적인 피해를 본 선주이기도 하다. 당시 조업에 나갔다가 자동차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맡은 GPS 작동이 멈춰 어구를 찾을 수 없었다. 박 박 회장은 “작업은 더디고 안개까지 짙게 껴 위험을 감수하고 배를 움직일 수 없었다. 사실상 발이 묶인 처지였다”라며 “GPS 전파 교란은 지난달 29일 처음 확인된 후 사흘에 걸쳐 3∼4차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특정 시간대 발생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평어장의 봄어기 꽃게 조업기간은 지난 4월부터 시작해 이달 말로 끝난다. 다시 말해 특산물인 꽃게를 건져 올리는 막바지 일정이 한창이다. 북방한계선(NLL)과 인접해 국가안보와 어선들의 안전조업이 위협받고 있지만 다행히 어획량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이런 풍어에도 그의 표정은 썩 밝지가 않다. 공급이 수요를 압도하며 위판 가격이 낮아진 탓이다.
박재복 인천 옹진군 연평도어민회장.
박 회장은 “풍년을 맞았음에도 물량이 많다 보니 어민들은 울상이다. 경매가는 대폭 떨어져 실제로 손에 쥘 수 있는 수입이 늘지 않았다면서 저마다 한숨을 내쉰다”며 “포탄이 아닌 이상에 더럽고 지저분한 물건이 수차례 날아든다고 해 반복되는 일상이 달라지는 건 없다”고 근황을 밝혔다.

북한 강령반도와는 거리상으로 12.7㎞ 떨어진 연평도는 2010년 11월 23일 북한 측이 군사적 도발을 감행했던 곳이다. 아무런 선전포고 없이 170여발의 포탄이 발사되며 굉음을 냈다. 군인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고 가옥 수십 채가 파괴됐다. 부서진 민간인 집터가 안보교육장이란 이름으로 남겨졌다.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그때의 공포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실정이다.

박 회장도 상흔을 간직하고 있는 한 사람이다. ‘무척 놀랐다’는 말로 입을 연 그는 “이 세상에서 실제 일어났다는 게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짧게 정리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도발이 일어났을 시기에 선착장에서 어구를 정리 중이었다고 한다. ‘펑’, ‘펑’ 순간 지축이 뒤흔들리는 소리에 머리가 멍해졌고, 정신은 차릴 수 없었다.
26일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해병대 스파이크 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박 회장은 “몸이 내 맘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다행히 신체적인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재산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채무가 생겨났다”라며 “어구가 다 손상됐다. 단순히 피해액만 1억원이 넘었다”고 힘들었던 과거를 떠올렸다. 이어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했고, 막대한 빚이 어깨를 짓눌렀다. 그렇게 5년 동안에 갖은 고생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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