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차 뭉크 “진정한 민주주의 이루려면…평범한 시민의 지혜를 신뢰해야”[2024 경향포럼]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지혜를 신뢰해야 합니다.”
야스차 뭉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26일 ‘분열의 시대, 다양성과 포용이 희망이다’를 주제로 열린 <2024 경향포럼> ‘위기의 민주주의, 진단과 처방’ 세션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책 <위험한 민주주의>(2018) 등 포퓰리즘과 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연구로 이름을 알린 학자이자 작가인 뭉크 교수는 “포퓰리즘적인 정치인과 정당의 부상으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문장으로 강연의 운을 뗐다.
뭉크 교수는 정치적 좌파, 우파, 중도를 막론한 포퓰리스트의 공통점으로 “자신들만이 진정으로 국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며, 정치적 반대자들을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역적으로 낙인찍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 등 세계의 정치인들이 각기 다른 국가, 종교, 정치 성향에도 ‘포퓰리즘’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묶이는 이유다.
뭉크 교수는 “한국의 일부 정치인들도 정치적 반대자를 두고 진정한 국민, 애국자가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면서 “이것이 포퓰리즘이 상대방을 적대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뭉크 교수가 생각하는 포퓰리즘의 핵심적 문제는 “정치적 차이를 인정하는 다원주의를 거부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대화되는 사회에서는 선거 제도가 갖춰져 있더라도 권력 이양, 정권 교체가 없는 사실상의 독재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뭉크 교수는 “튀르키예, 아르헨티나, 러시아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했다.
뭉크 교수는 “포퓰리즘의 영향이 때로는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는 주장도 내놨다. 국가·사회마다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에 미친 영향이 각기 다르다는 것이다. 뭉크 교수는 “베네수엘라처럼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민주적 체제를 무너뜨리고 국민 삶의 수준을 떨어뜨린 국가들이 있다”면서도 “폴란드, 브라질, 미국 등 포퓰리스트들이 민주주의를 통제하려 했지만 아직까지 성공을 거두지 못한 국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뭉크 교수는 “폴란드는 집권 세력이 공영방송을 프로파간다로 활용하고 야당 등 반대 세력을 감옥에 투옥하는 등 민주주의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 역사가 있다”면서 “그런데도 2023년 총선에서는 야당이 승리하는 모습을 통해 손상된 민주주의가 복구되는 과정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국회의사당 점거 등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지만 끝내 권력을 이어가지는 못했다고 설명했다. 뭉크 교수는 “올해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것은 포퓰리즘의 위험을 영구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도 경고했다.
뭉크 교수는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는 명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의 기능을 저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퓰리즘이 민주주의의 퇴행·부패·혼란을 가져올 순 있지만, 이것이 과거의 완벽한 민주주의에서 미래의 완전한 독재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주의를 1과 0의 관점에서 보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결국 지난 수십년 간 우리 정치의 성격을 바꿔놓은 구조적 측면을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포퓰리즘이 득세하게 된 요인 네 가지를 짚었다.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 인종·성별 등을 둘러싼 문화적 갈등, 소셜미디어의 새로운 기술, 그리고 평범한 시민에 대한 신뢰의 부재다.
뭉크 교수는 특히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평균적인 사람, 평범한 시민들을 ‘나보다 못한’ 신뢰할 수 없는 시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이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독일, 한국 등 여러 국가의 시민들과 대화하며 느낀 것은, 평균적인 시민들이 인간적인 본능으로 공정하고 선한 국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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