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패러다임 바뀌었다"…'기적의 항암제' 엔허투 치료 대상 늘었다
"이제 전세계 전이성 유방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암세포 특정인자(HER2·허투) 양성과 음성으로 나눴는데 이제는 양성, 음성, 저발현 세 가지로 바뀌었습니다. 병리교수 사이에서도 이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손주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위원장)가 26일 JW메리어트호텔에서 한국다이이찌산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개최로 열린 '엔허투 미디어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는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기존에는 주로 허투 발현 양성인 전이성 유방암·위암 치료로만 쓰였는데 암세포에서 허투가 조금 발견되는 허투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비소세포폐암 치료에도 생존 기간 향상 효과가 있다는 것이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허투 저발현 암도 구분하게 됐다는 것이다. 동시에 허투 저발현 유방암·비소세포폐암 환자도 엔허투 약물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허투는 '인간상피 성장인자 수용체 2형'이라는 단백질 수용체로 암세포 성장과 분열을 촉진한다. 허투가 암세포에서 많이 발현되면 허투 양성, 없으면 음성, 적으면 저발현으로 구분된다. 허투 양성 유방암은 재발과 전이를 잘 일으키고 질병 진행 속도가 빨라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 교수는 "전체 유방암의 60%가량이 허투 저발현 유방암이고 15%가량은 허투 양성 유방암"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엔허투가 허투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의 새로운 표준 치료로 확립됐다"며 "기존에는 개념조차 없었는데 새 약제가 등장하고 표준치료로 자리 잡아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2차 치료의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유방암 환자의 70~80%가 엔허투를 표준치료로 쓰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엔허투의 적응증으로 허투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비소·세포폐암도 허가하며 벌써부터 이를 치료에 활용하는 환자가 늘었다. 손 교수는 "허투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비급여로 엔허투를 투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비급여 시 환자는 1번 투약(3주 간격)할 때 약 300만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엔허투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2.5개월 후 수치가 안 좋아지는데 엔허투를 투여하면 10개월까지 수치가 좋아져 약을 안 쓸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허투는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항암제가 결합된 형태의 ADC(항체약물접합체) 신약이다. 약물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게 해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감소시킬 수 있는 항암 약물이다. 기존 표준 치료 대비 사망률을 크게 줄여 획기적인 신약으로 평가된다.
허투 양성 전이성 유방암에서 기존 표준 치료의 무진행 생존기간(PFS)이 6.8개월인 반면 엔허투는 28.8개월로 4배 수준이다. 엔허투의 사망 위험은 기존 치료 대비 36% 낮다. 이에 정부가 지난 4월부터 이전에 치료 경험이 있는 허투 발현 양성인 전이성 유방암(투여 단계 2차 이상)과 위암(투여 단계 3차 이상)인 경우 엔허투 투여 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1인당 연간 투약비용은 기존 8300만원에서 417만원으로 줄었다.
호르몬 수용체 양성 허투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에선 엔허투 투약군의 무진행 생존기간이 10.1개월로 대조군 5.4개월 대비 길다. 허투 양성 전이성 위암 3차 치료에선 전체생존기간이 12.5개월로 화학요법군 대비 약 4배 높은 객관적 반응률(51%)을 나타냈다. 대조군의 전체생존기간 8.4개월 대비 사망 위험을 41% 감소시켰다. 허투 돌연변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에서는 엔허투가 유일하게 승인된 표적치료제로 암의 크기가 줄어든 객관적 반응률은 49%를 기록했다.
허투 초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도 엔허투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학회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이전에 전이성 유방암 치료를 위해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경험이 없으면서 CDK 4/6 억제제 또는 내분비요법을 시행한 경험이 있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 허투 초저발현군에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이 엔허투군은 13.2개월, 대조군은 8.3개월로 나타났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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