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장비 착용하고 물속으로 '풍덩'…"목재 조각 찾았습니다"

김예나 2024. 6. 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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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선유도 해역 발굴 조사 현장 가보니…옛 선박 '흔적' 찾기 한창
청동기 석기부터 사슴뿔 추정 유물까지…"역사 바뀔 수 있는 작업 뿌듯"
수중 발굴 조사에서 발견된 선박 일부로 추정되는 목재 조각 (서울=연합뉴스) 26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에서 진행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수중 발굴 조사에서 발견된 선박 일부로 추정되는 목재 조각. 2024.6.26 [국가유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목재, 나무로 된 조각으로 보입니다. 인양하겠습니다."

26일 오전 전북 군산 선유도 해역. 수면 아래에서 작업하던 김태연 잠수사가 무전으로 말했다. '찌직' 거리는 무선통신 너머로 들리는 건 그의 숨소리뿐이었다.

김 잠수사의 시선을 따라 카메라가 비춘 물속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목재는 '6번 트렌치'로 분류한 구역의 바닥에 있었다. 약 60㎝ 깊이의 흙바닥에 묻혀 있었으나 경력 20년의 베테랑 잠수사인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변을 정리했다.

군산 선유도 해역에서 나온 유물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6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에서 발굴 조사 중인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작업선에 그동안 발굴 조사에서 나온 주요 유물이 전시돼 있다. 2024.6.26 yes@yna.co.kr

함께 작업하던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의 나승아 연구원은 김 잠수사를 도와 목재를 조심히 들어 올린 뒤,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지지대에 고정했다.

수심 4m 공간에서 이뤄지는 작업. 약 40분이 지난 뒤 물 위로 나온 두 사람 곁에는 1.5m 길이의 기다란 나무 조각, 사슴뿔, 도기 조각 등이 있었다. 옛사람이 남긴 생생한 흔적이었다.

정헌 국립해양유산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형태를 봤을 때는 선박, 즉 배의 부속품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예부터 중요한 뱃길로 여겨져 온 선유도 해역의 수중유산 발굴 조사 현장이 공개됐다. 바다 아래에 잠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선박을 찾기 위한 3차 조사다.

수중 발굴 조사를 위한 장비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6일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수중유산 조사단이 공개한 발굴 조사 장비. 잠수를 위한 헬멧, 공기통 등이 보인다. 2024.6.26 yes@yna.co.kr

선유도 어촌 체험 휴양마을 안내소 앞 선착장에서 보트를 타고 약 10분간 이동해 도착한 바지선 위는 발굴 조사를 준비하느라 한창 분주한 모습이었다.

곳곳에는 수중 조사를 위한 장비가 놓여 있었다. 잠수용 헬멧에 공기통, 무게추까지 더하면 물 안에 들어가기 위해 착용해야 하는 장비 무게만 30㎏에 달한다.

총 8명의 잠수사가 2인 1조로 나눠 주요 지점에 직접 들어가 50분씩 조사하는 식으로 작업하고 있다.

정 연구사는 "2020년 잠수사가 도자기와 선체 조각 등을 발견해 신고한 뒤 3년 연속 군산 선유도 해역에서 수중유산 발굴 조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군산군도에 속한 선유도는 역사적·지정학적으로 중요한 곳으로 꼽혀왔다.

잠수 장비를 챙기는 김태연 잠수사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6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에서 수중 발굴 조사를 위해 김태연 잠수사가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2024.6.26 yes@yna.co.kr

이 일대는 예부터 물건을 실어 나르던 조운선을 비롯해 많은 선박이 오갔으며 국제무역 항로의 기착지로 서해 연안 항로의 거점 역할을 하기도 했다.

북송(北宋)의 사신 서긍(1091∼1153)이 고려를 방문한 뒤 남긴 '고려도경'(高麗圖經·정식 명칭 '선화봉사고려도경')에 따르면 군산도에는 사신을 접대하는 건물이 있었다고 한다.

2021년 탐사를 시작한 이래 도자기 등 약 670점의 유물이 확인됐다. 그중에는 돌을 갈아서 만든 칼인 간돌검(磨製石劍·마제석검)의 조각도 나와 주목받은 바 있다.

정 연구사는 "선유도 해역은 마제석검 조각부터 고려·조선에 이르는 다양한 (시대의) 유물이 나오는 점이 특징"이라며 "과거 해상 활동의 주요 기점이라는 점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수중 작업을 지켜보며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6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에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관계자가 수중유산 발굴 조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2024.6.26 yes@yna.co.kr

수중 발굴 조사는 땅 위에서 하는 발굴 조사와는 완전히 다르다.

올해 조사가 진행되는 선유도 동쪽 해역의 경우 수심이 3∼7m로 깊은 편이 아니지만 조류에 따라 조사 환경이 달라지기 일쑤다. 무른 흙이 물살에 쓸려 시야를 방해하기도 한다.

소나(음파탐지기), 지층 탐사기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통 가로, 세로 10m 구간을 한 칸(그리드)으로 나눠 조사 영역을 표시하는데, 올해 조사할 부분은 그리드 총 85개에 달한다. 시굴 조사와 탐침 조사를 나눠 조사해도 만만치 않은 양이다.

이규훈 수중발굴과장은 "물속은 시야가 좁기 때문에 일반적인 발굴 조사와 다르다. 유물이 집중된 부분을 찾아 시굴 조사를 한 뒤, 범위를 서서히 넓히는 식으로 한다"고 말했다.

사슴뿔로 추정되는 수중유산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6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에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관계자가 수중에서 찾아낸 유물을 들어 올리고 있다. 뾰족한 형태를 볼 때 사슴뿔로 추정된다. 2024.6.26 yes@yna.co.kr

이 과장은 "그간 확인된 유물을 볼 때 선유도 일대는 고대부터 중요한 항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과거 침몰한) 옛 선박의 흔적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중유산 발굴 조사는 올해 10월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김태연 잠수사는 "평소 아이들에게 아빠가 좋은 유물을 찾으면 역사가 바뀔 수 있다고 농담처럼 이야기하곤 한다"며 "고선박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수중 발굴 조사의 역사가 짧은 편입니다. 그러나 지금껏 많은 성과를 이뤘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습니다. 더욱 활발해졌으면 합니다." (웃음)

국립해양유산연구소 깃발 (군산=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26일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에서 촬영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수중유산 발굴 조사 작업선 모습. 2024.6.26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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