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엄단 중국에서도…전자담배 위장 마약, 의료용 마취제 남용 골치
마약 범죄·사용자 수는 줄고 있다고 밝혀
아편전쟁의 트라우마가 있는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마약을 단속하는 나라 중 하나다. 마약 관련 중범죄에는 사형이 집행된다. 마약 사용이나 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나쁘다. 그런 중국에서도 ‘세계적 마약 범죄 트렌드’가 퍼져 당국이 고심하고 있다.
중국 사법·검찰 당국은 26일 ‘세계 마약 남용 및 불법 밀매 반대의 날’을 맞아 신종 마약 범죄 수법과 처벌 사례 등을 공개했다. 의료용 물질을 대체 마약으로 사용하거나 전자담배로 위장한 마약,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마약 거래 등의 사례가 소개됐다.
상하이 양푸구인민법원이 공개한 사례에 따르면 왕 모 씨는 트위터와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으로 태국 마약상과 접촉해 전자담배와 필로폰 2g을 2800위안(약 53만원)에 구매했다. 결제는 알리페이로 이뤄졌으며, 특송 서비스를 이용해 태국에서 왕 씨가 지정한 장소로 배송됐다. 지난해 4월 자택에서 검거된 왕 씨는 징역 6개월과 벌금 5000위안(약 1억원)이 선고됐다. 법원은 왕 씨가 자발적으로 죄를 자백해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저우 모 씨는 지난해 4월 에토미데이트가 포함된 전자담배 카트리지를 5명에게 판매한 혐의로 징역 7개월과 벌금 5000위안을 선고받았다. 에토미데이트는 중추신경계에 대한 강력한 억제 효과가 있는 물질이다. 프로포폴과 유사한 성질의 물질로 병원에서 전신마취제 등에 사용한다. 마약 밀매 조직들이 펜타닐이나 프로포폴처럼 당초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물질을 빼돌려 대체 마약으로 팔고 있는 것이다.
법원은 “원래 의료용으로 사용되던 것이기 때문에 다른 약물에 비해 대중을 현혹하기 쉽고 더 많은 중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은 2023년 10월 에토미데이트를 향정신성 약물로 분류했다.
중국 당국은 마약 범죄 자체는 정부의 강력한 단속과 홍보로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최고인민검찰원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6만1000여명이 마약 범죄로 검거됐다. 검찰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최근 몇 년 간 하락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전했다.
중국 국가마약통제위원회은 중국 내 마약 사용자 수는 2023년 말 기준 89만6000명이라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이 역시 전년 대비 20.3% 감소한 수치이다.
당국과 중국 언론은 마약 범죄가 줄고 있다면서도 일각에서 ‘마약에 대한 느슨한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펑파이신문은 마약 중독자들이 유통에 가담하지 않고 개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마약으로 구매하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여기지만 엄연히 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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