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 낯 뜨거운 언쟁 뒤 제소 공방…부끄러움은 국민 몫

정청래 "성함 뭐냐" 유상범 "공부는 내가 더 잘해" 유치한 감정 싸움
국힘, 윤리위 제소에 정청래 맞제소…국회 권위 위한 윤리위 '희화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장을 향해 간사 선임부터 해야 한다며 의사일정 진행 관련 항의를 하는 가운데 정 위원장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4.6.2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사진행 과정에서 낯 뜨거운 언쟁을 벌였던 여야가 서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나섰다. 잘잘못을 따지기도 민망한 말다툼을 벌여놓고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사위에서 벌어진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고압적인 위원장 행태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법사위원장인 정청래 민주당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정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윤리위 맞제소 및 국회선진화법 위반(퇴거불응)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과하지 않으면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원색적 표현도 썼다.

여야 간 촌극은 전날 열린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이 자당 간사 선임을 위한 일정 변경을 요청했지만 정 의원은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고성이 오가는 상황에서 정 의원은 위원장석 옆에서 항의하던 국민의힘 간사 유상범 의원에게 "그런데 위원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냐"고 물었고, 유 의원은 "위원장님 성함은 어떻게 되느냐"고 맞받았다.

정 의원이 또 국회법대로 의사일정을 진행했다며 "(국회법) 공부 좀 하세요"라고 하자 유 의원은 "공부는 내가 더 잘하지 않았겠냐"고 받아쳤다.

양측 모두 절차상 문제를 들어 서로를 제소하겠다고 밝혔으나 국민들의 시각에선 유치한 감정 싸움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한 채 정식 징계 절차로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상임위 간사 선임 문제는 향후 상임위 일정 진행을 위해 중요한 절차이지만 여야가 그토록 강조하는 '민생'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다.

국회법상 국회 윤리위원회는 의원의 자격심사·징계에 관한 심사를 위한 특별위원회로, 국회의 권위를 유지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여야 쌍방의 윤리위 제소 행위 자체가 이런 윤리위 설립 목적을 오히려 저해하고 정치를 '희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집에 들어갔더니 아들이 '초등학생들도 그렇게 회의를 안 하겠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뉴스가 됐다"며 "국민들에게 의미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