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 통과되면 이재명 대표가 방송 장악하게 될까?
[미디어 즉문즉답] 국회 최대 쟁점으로 부상한 방송3법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현안 뉴스는 쏟아지고 있지만 맥락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미디어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디어 즉문즉답' 코너를 통해 미디어 업계의 뜨거운 쟁점 현안을 질의응답 방식으로 해설합니다. <편집자주>
미디어 분야의 법안이 국회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25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하는 방송3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 직후 의결됐습니다. 국회 본회의 통과만 앞둔 상황인데요. 민주당은 공영방송 정치독립을 위한 법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 방송 3법 내용은 무엇인가요?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KBS, EBS, MBC 등 공영방송 3사의 이사회 추천 구조를 바꾸는 내용입니다. 이사 수를 기존 9~11명에서 21명으로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국회(5명), 방송사 시청자위원회(4명), 방송현업단체(6명), 미디어학회(6명)에 부여합니다. 학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합니다. 시민 100인으로 구성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사장 선출에 참여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 공영방송 이사회가 왜 문제가 됐나요?
기존에는 KBS는 11명의 이사를 여야가 7대 4로, MBC 방문진 이사는 여야가 6대 3으로 추천하는 나눠먹기식 구조였습니다.이마저도 법에 근거가 없는 '관행적 나눠먹기'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이사회가 선임하는 사장은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공영방송이 정권 교체 때마다 흔들리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을 겁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KBS의 진행자 일방 하차와 프로그램 폐지 등이 이어졌습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자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 여당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국민의힘은 방송3법에 명시된 이사회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상휘 국민의힘 미디어특위원장은 지난 4일 “민주당-민노총 방송장악 3법”, “좌파 18명, 우파 3명으로 구성돼 사실상 민노총 언론노조와 결탁한 좌파 정당이 공영방송 사장을 영구적으로 임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앞으로 공영방송 사장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노총 등이 임명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고 했습니다. 정당 추천 몫을 빼놓고선 학계 추천, 시청자위원회 추천, 언론 직능단체 추천이 '좌파'라는 주장입니다.
- 미디어 학회가 좌파라는 주장, 어떻게 봐야 할까요?
미디어 학회엔 다양한 학회가 있고 같은 학회도 집행부 구성에 따라 성향이 달라지는 점을 고려하면 과도한 지적입니다.
방송3법을 반대하는 쪽에선 과거 방송학회장을 맡은 윤석년 교수가 TV조선 점수변경 사건으로 구속된 사실을 지적하며 방송학회를 '좌파'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방송학회장을 지낸 유의선 교수는 박근혜 정부 때 여당 추천으로 방문진 여당 추천 이사를 맡았습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가 '좌파 인사'를 이사로 추천한 셈이 됩니다.
방송3법은 방통위에 학회 추천 권한을 부여합니다. 즉, 윤석열 정부 방통위가 보수성향 학회에 추천권을 몰아줄 수도 있는 구조입니다. 윤석열 정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총선 당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언론 미디어 분야 3대 학회가 아닌 다른 학회에 추천권을 부여해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심의를 하려고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 직능단체 추천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방송3법에는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에 각각 2명의 이사를 추천하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방송3법에 반대하는 쪽에선 이들 단체를 '친민주당'으로 규정합니다.
'학계'와 달리 법에 특정 단체의 이름을 명시한 점이 이례적인 건 사실입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특정 단체에 추천권을 부여하는 대신 '과반 구성원이 포함된 단체'에 추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논쟁과는 별개로 이들 단체가 이사를 추천한다고 해서 이재명 대표가 방송을 장악한다는 주장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단체는 지상파뿐 아니라 종편과 경제채널도 회원사로 두고 있습니다. 방송기자연합회는 최근 이재명 대표의 '애완견' 발언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해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들 단체는 민주당이 주도한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비판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입법 청문회에서 김홍일 방통위원장에게 “언론중재법 논의 당시 대부분의 언론단체가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면서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연대를 했다”며 “그러면 당시 윤 대통령이 좌파단체와 연대를 한 것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 민주당은 여당 때는 왜 이 법안을 추진하지 않았나요?
그 점에서 민주당을 향한 비판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박홍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방송3법은 지금과는 크게 달랐습니다. 여야 추천 이사 숫자를 7대 6으로 하고 사장 선임시 이사회 3분의 2의 동의를 받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추진합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이 '결격' 후보로 정하면 선임이 불가능한 구조였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2017년 집권 후 입장을 바꿨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방통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특별다수제에 관해 “온건한 인사가 선임되겠지만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고, 민주당은 시민의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법안을 새롭게 제안했습니다. 이후 야당이 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이 박홍근 의원 법안의 처리를 촉구하며 맞서게 됩니다. 여야가 바뀌면서 입장이 달라진 것이죠. 이후 야당이 된 민주당이 지난해 방송3법을 입법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합니다. 현재 방송3법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해도 민주당이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 입장이 바뀌었던 점, 집권 때 크게 드라이브를 걸지 않았던 점에 비판이 제기됩니다.
- 방송3법은 최선의 법인가요?
그간 여러 주체에서 다양한 방송3법이 논의됐습니다. 특별다수제 외에도 문재인 정부 방통위는 전문가 논의를 거쳐 여야 추천 이사뿐 아니라 여러 단체가 협의체를 구성한 다음 '합의'를 통해 선임하는 '중립지대 이사'도 함께 선출하는 방안을 냈습니다. 민주당의 방송3법도 현재는 21명의 이사를 두는 내용이지만 이전엔 지역 대표성을 구현한 이사들까지 포함해 25명으로 구성하는 초안을 마련했습니다.
민주당은 오는 8월 공영방송 이사 교체를 앞두고 입법 속도전을 치르고 있는데요. 한준호 민주당 언론개혁 TF 단장은 미디어오늘에 “지난 10년간 치열하게 논의한 결과이고, 여러 단체의 의견을 조율해 만든 것”이라며 충분한 논의가 이뤄진 법안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법안이 각계각층의 요구를 충분히 수렴한 결과는 아니기에 폭 넓은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여당의 비판을 일부 수용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입법이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반면 여당이 여당안을 내지 않는 등 논의에 소극적이기에 일방 논의는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 법안이 절대적인 '최선'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언론단체들이 구성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25일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이 의지만 있다면 본회의에서 법안 수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지금이라도 대안을 제시하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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